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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200만원이 2000만원 됐다" 가덕도 땅 79% 외지인 소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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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부산 강서구 대항마을에 4일 다세대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 이은지 기자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부산 강서구 대항마을에 4일 다세대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 이은지 기자

“한 집 건너 한 집이 공사 중이에요.”

가덕도 땅 소유한 외지인, 택지 분양권 노리고 주택 지어 #최근 6개월간 대항마을 신축 허가 29건…입주민 100여명 늘어

4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 마을 입구부터 곳곳에선 다세대주택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황영우(59)씨는 “투기꾼 때문에 마을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항마을은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로 활주로 끝자락에 속한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35년째 어업 활동을 하고 있는 황씨는 “더불어민주당이 당헌을 어기고 부산시장 후보를 낸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대항마을은 투기판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부산 강서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지금껏 이 마을에 허가된 건축 신고는 29건이다. 허가 심사 중인 23건까지 합치면 건축 신고는 총 52건에 달한다. 이 기간 대항마을 주민도 350여명에서 450여명으로 100명가량 늘었다.

대항마을뿐 아니라 가덕도 전체에 난데 없는 공사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금껏 가덕도에 허가된 건축 신고는 28건. 지난해 같은 기간 10건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었다. 지난 2019년 16건에 그쳤던 건축 허가는 지난해 50건으로 증가했다.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 인근에 가덕신공항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은지 기자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 인근에 가덕신공항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은지 기자

부동산 업계에선 땅 소유자가 대부분 외지인인 탓에 건축 신고가 늘고 있다고 해석했다. 대항마을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외지인이 토지 보상금뿐 아니라 이주자 택지 분양을 받으려면 실거주를 해야 한다”며 “거주용으로 주택을 지으면서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이주자 택지 분양권을 받으려고 다가구 또는 다세대주택을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주자 택지 분양권의 경우 최소 2억~3억원의 웃돈을 받고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덕도 사유지 외지인 소유 현황

가덕도 사유지 외지인 소유 현황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부산시 등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가덕도 전체 사유지 859만㎡ 중 79%에 해당하는 677만㎡를 외지인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덕도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소유한 토지주 30인 모두 외지인이다.

외지인의 토지소유는 가덕도가 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된 지난 2009년부터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당시 가덕도 땅 가운데 소유권이 변경된 토지 295만㎡ 중 244만㎡(83%)가 외지인 소유로 바뀌었다. 당시 대항마을에서 조망권이 확보된 입지는 한평(3.3㎡)당 500만원에, 일반 주택 용지는 평당 150만원 수준에 거래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땅값은 2012년 대선과 2018년 부산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치솟았다. 지난달 26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엔 3~4배 가량 올랐다. 대항마을에 위치한 카페 부지의 경우, 평당 500만원(2009년)에서 현재 1500만원을 넘어섰다. 일반 주택 용지는 평당 500만원 수준에 거래된다.

가덕신공항이 들어서면 관광도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천성마을은 조망이 좋은 입지의 경우 평당 20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평당 200만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천성마을 인근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항마을은 가덕신공항 부지로 수용되지만, 천성마을은 원주민 이주 택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관광 수요가 더해질 것으로 보고 땅값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생계 터전을 잃고 쫓겨날 처지에 놓인 가덕도 주민은 가덕신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나섰다. 대항마을 주민 300여명은 가덕신공항 반대 대책위를 꾸리기로 했다. 황영우 가덕신공항 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평생 배운 게 고기잡이인데 여기서 쫓겨나면 생계가 막막하다”며 “정부가 평당 1000만원씩 이주 보상금을 주더라도 4억~5억원 수준이어서 이 돈으로 부산 지역 내 집 한  채 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황영우 가덕신공항 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대항항전망대에서 가덕신공항 반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황영우 가덕신공항 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대항항전망대에서 가덕신공항 반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가덕신공항을 찬성하는 주민은 제대로 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항마을에서 태어난 이산식(84)씨는“주민과 협의없이 정부가 가덕신공항을 밀어붙여 섭섭하다”면서도 “어차피 공항이 들어선다면 제대로 된 보상을 해서 자식들이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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