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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4000만원이나 썼는데 탈락"…달라진 VVIP 계급도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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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지난해 5월 13일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당시 명품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자 인상 전에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렸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지난해 5월 13일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당시 명품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자 인상 전에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렸다. 연합뉴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서 지난 한해 동안 1억4000만원 정도를 쓴 30대 여성 A씨. 그는 지난달 백화점 우수고객(VIP) 등급 중 ‘다이아몬드’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A씨는 “재작년에 1년간 1억2000만원 정도를 쓰고 최상위 등급인 ‘트리니티’에 선정됐는데, 2000만원을 더 썼는데도 올해는 트리니티에서 탈락했다”며 아쉬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연간 구매금액 순으로 999명만 트리니티 고객으로 선정한다. 신세계는 “지난해 고액 구매 고객이 많았다. 1억6000만원 정도 쓴 우수고객도 트리니티에 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에 지갑 더 많이 연 VVIP #롯데·신세계·현대 작년 매출 -10% #연 1억이상 쓴 고객 10~24% 늘어 #해외여행 막히자 명품 보상소비 #“VIP가 백화점 살린다” 모시기 강화

4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1억원 이상을 지출한 최상위 VIP 고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백화점은 2019년 대비 지난해 1억원 이상 구매 고객이 24% 증가했고, 현대백화점도 10%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연간 2000만원 이상 쓴 고객이 한 해 전보다 14.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VIP 고객의 명품 소비가 커졌다”며 “특히 VVIP(최우수) 고객일수록 씀씀이가 더 컸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명품관에서 지난해 8월 26일 ‘그라프’의 전세계에 단 한 점뿐인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페어쉐이프 넥클리스’를 선보였다. 뉴스1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명품관에서 지난해 8월 26일 ‘그라프’의 전세계에 단 한 점뿐인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페어쉐이프 넥클리스’를 선보였다. 뉴스1

롯데백화점의 최상위 VIP 고객인 50대 여성 B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해외여행도 못 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가전과 가구를 싹 바꿨다고 한다. VIP 고객의 쇼핑을 돕는 롯데 직원은 “작년에 인테리어를 바꾸는 고객이 유난히 많았다”며 “명품 의류나 가방 외에 대형가전, 고급 가구까지 구입하면서 지출액이 커진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집콕 스트레스에 따른 보상심리때문인지 수 천만원의 고가 보석류도 예년보다 잘 팔렸다”며 “해외여행이나 국내서 문화·레저 생활이 여의치 않다보니 VIP 고객들이 백화점서 지갑을 더 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백화점1억원이상 고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화점1억원이상 고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화점우수고객제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화점우수고객제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VVIP 고객들의 씀씀이가 컸다지만 실은 지난해 백화점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3사의 57개 점포의 합산 총 매출은 2019년 대비 9.8% 줄었다. 여성·남성 의류, 식품, 잡화 등 대부분 상품군 매출이 역신장했다. 매출이 신장한 건 명품관(15.1%)과 가정용품(10.6%) 뿐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큰 손’인 VIP 고객이 지난해 백화점 매상을 올려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백화점 매출서 VIP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서울 강남 등 주요 점포는 VIP 고객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 가까이 된다”고 귀띔했다.

백화점상품군별매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화점상품군별매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화점들로서는 ‘VIP 모시기’에 공을 들일수 밖에 없다. 백화점 3사는 연간 구매금액 2000만 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백화점 우수고객(VIP)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들에겐 주차대행, 전용 라운지 서비스, 5~10% 할인 혜택 등을 준다.

최근엔 최상위 등급을 신설하는 등 구간을 더 세분화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최상위 VIP 등급인 ‘레니스’(연간 구매금액 1억원 이상) 위에 ‘에비뉴엘’ 등급을 신설했다. 에비뉴엘은 레니스보다 더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VIP 고객을 계속 단골로 잡아두기 위해 올해 우수고객 제도를 개편했다”며 “기존 총 9개였던 VIP 등급을 7개로 줄이고 최상위 등급 혜택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롯데 본점은 지난해부터 1~5층을 해외 명품과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채우는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7월 1일 서울 잠실점 에비뉴엘 1층에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여성 전문 매장을 열었다. 연합뉴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7월 1일 서울 잠실점 에비뉴엘 1층에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여성 전문 매장을 열었다. 연합뉴스

현대백화점은 최근 명품 소비의 한 축으로 떠오른 20·30세대를 겨냥한 전용 VIP 제도를 만들었다. 1983년생(39세) 이하 고객 중 직전 년도에 현대백화점카드로 2000만원 이상을 구매한 이들이 대상이다. 지난해 이 백화점에서 20, 30대 명품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37.7%, 28.1% 늘었다. VIP 고객 등급을 더 만드는 롯데·현대와 달리 신세계백화점은 특별한 변화는 없다. 신세계 관계자는 “최상위 VIP를 999명에서 더 늘릴 경우 본연의 VIP제도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며 “플래티늄 이상 고객에 다른 혜택을 부여하는 쪽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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