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연이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그제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토지 거래 전수조사를 하라고 한 데 이어 어제도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인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말했다.
감사원·검찰 대신 총리실·국토부 투입 #하위 공직자만 처벌한다는 오해 살 것
타당한 위기의식이다. 현 정권은 거센 부동산 민심 속에서 지난달 25번째이자 LH 등의 공공개발을 강조한 2·4 대책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이 ‘변창흠표 정책’이라고 명명했듯 LH 사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의중이 짙게 반영된 정책이다. 이번마저 냉소를 받는다면 임기 말 정권엔 큰 부담일 터다. 더욱이 이전엔 정책 실패의 문제였다면 이번엔 공공성의 외피를 두른 반칙·특권의 문제일 수 있다. 정권 차원의 부산한 움직임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그러나 진정한 진상 규명 의지인지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우선 ‘총리실이 지휘하고 국토부와 합동 조사하라’고 청와대가 못 박은 대목이다. 이번 의혹을 처음 제기한 참여연대와 민변은 국토교통부가 연루된 더 큰 규모의 투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런데도 국토부가 조사 주체라니, 조사 대상이 스스로 조사하라는 격 아닌가.
해당 부처의 수장이 변 장관인 것도 논란이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변 장관이 당시 LH 사장으로 재임했기 때문에 적어도 관리책임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선 “수사 대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변 장관은 의혹이 불거진 당일 자성 대신 공공기관장들과 “청렴은 자존심”이란 협약식을 하는 등 위기감을 엿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신속성을 내세우며 토지 거래 조사만을 강조한다. 하위 공직자들로 한정하고 변 장관은 면책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인가.
정작 ‘뿌리 깊은 부패 구조’를 제대로 파헤칠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와는 거리를 둔다. “감사원과 합동으로 하면 착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청와대 관계자), “(수사로) 오랜 시간을 끌면서 유야무야되게 할 우려가 있다”(정세균 총리)고 설명하는데 받아들이기 어렵다.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공직 감찰을 맡고는 있으나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 감찰 무마 논란에서 드러나듯, 현 정부에선 사실상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그 일을 다 해왔다. 이쪽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 대해 “역량이 안 된다”고까지 말한다. 과거 대통령 업무 지시 형태로 감사·수사 지시를 쏟아냈던 문 대통령이기에 더욱 의아하다. 국민이 보기에 진상 규명이 덜 된 문제는 두고두고 다시 살아난다. 호미가 아닌 가래로도 못 막을 일 만들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