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장률 이어 국민소득도 외환위기 이후 최악 성적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지난해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제성장률과 국민소득 증가율 모두 1998년 이후 가장 낮았다.

작년 1인 국민소득 3만1755달러 #1.1% 떨어져 2년 연속 감소세 #백신접종 속도, 소비가 회복 열쇠

한국은행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924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0.3% 증가했다고 4일 밝혔다. 98년(-0.9%)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었다. 달러를 기준으로 한 명목 GDP는 전년보다 0.9% 감소했다. 원화 약세의 영향이다. 지난해 실질 GDP 증가율(경제성장률)은 -1%였다. 지난 1월 한은이 발표했던 속보치와 같았다.

2년 연속 줄어든 국민소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년 연속 줄어든 국민소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해 국민 전체가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1940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0.2% 늘었다. 98년(-1.6%)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달러로 환산한 1인당 GNI는 지난해 3만1755달러였다. 1년 전(3만2115달러)보다 1.1% 줄었다. 2019년(-4.3%)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1인당 GNI는 명목 GNI를 총인구수로 나눈 뒤 환율을 반영해 계산한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3만 달러를 돌파한 뒤 2018년에 최고치(3만3563달러)를 기록했었다.

김성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인당 GNI(달러 기준)가 2년 연속 감소한 데는 환율 영향과 교역조건 악화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지난해 GDP 성장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도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GNI에는 가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소득도 포함한다.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해 총저축률은 35.8%였다. 2019년(34.7%)보다는 1.2%포인트 높아졌지만 2017년(37.1%)과 2018년(35.9%)보다는 낮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축률은 소비 성향의 ‘역’(반대쪽)으로 움직인다. (저축률 상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소비가 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GDP 디플레이터)은 지난해 1.3%를 기록했다. GDP디플레이터는 2019년(-0.9%) 1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성장은 부진한데 물가까지 들썩이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의 열쇠는 소비 증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에 소비와 경기 회복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윤상언 기자 hyuno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