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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바텀업' 방식 "북핵 해결 위해 외교관에 권한 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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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외교관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북핵 협상에 있어 실무 협의를 중시하는 '바텀 업'(Bottom Up) 방식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이 발표한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정책 중간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 표지 [백악관]

백악관이 발표한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정책 중간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 표지 [백악관]

미국은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전반적인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담은 국가안보전략(NSS‧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발표하는데, 이날 지침은 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와중에 발표한 '임시 가이드라인'이다. 총 24쪽 분량으로 북한은 두 번 등장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과 북한은 판도를 바꿀만한(game-changing) 기술을 계속 키우고 있으며, 미국의 동맹과 우방국을 위협하고 역내 안정성에 도전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인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관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 일본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호했던 대북 협상법은 정상회담, 즉 '톱 다운'(Top Down) 방식이다.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지구를 뒤흔든 세기적 만남’ ‘역사적 사변’ 방식이다. 그러나 이를 비판해왔던 바이든 대통령은 현장 외교에 권한 위임을 천명해 '바텀 업'(Bottom Up) 방식다시 분명히 했다. 이는 북한을 상대하며 산전수전을 경험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전문가들의 판단과 권한이 세지는 것을 뜻한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을 담당하는 외교관들은 대부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한을 다뤄본 경험이 풍부한 프로들"이라며 "전문 외교관과 관료 집단이 북핵 협상에 더 직접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백악관, 국가안보전략 지침 발표 #대북 '탑다운' 대신 '바텀업' 재확인 #한ㆍ일 관계 개선 촉구 메시지도 담겨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압도적인 군사력을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주문한 것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력과 협상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국무부 연설에서 북한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값비싼 군사적 개입이나 무력으로 민주주의를 추구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외교관에 권한을 준다는 건 그만큼 모든 문제에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겠다는 의지"라며 "군사보다 외교를 우선시한다는 원칙론을 반복하면서 트럼프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

또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한국, 일본과 협력’의 행간의 의미는 한·일 간 협력이다. 한·일 협력 없이 한·미·일이 원만하게 협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한국 입장에선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 달라는 요청이나 다름없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일 관계 정상화를 요청하며 보내고 있는 물밑 신호가 조만간 수면 위로 떠오르며 강도가 더 세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견제 수위는 트럼프 행정부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을 예고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미국이 국력을 키우고 동맹을 지키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안정적이고 개방된 국제 체계에 도전할 잠재력이 있는 유일한 경쟁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주변국들이 강압에 의하지 않고 자유롭게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자유로운 정치적 선택'이라고 명시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미국의 대중 압박 이니셔티브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는 요청이나 다름없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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