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평 단칸방서 홀로 싸운 변희수…이웃 "사람 사는줄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04 15:56

업데이트 2021.03.04 16:01

“부디 평안하시길”…자택 앞에 소주병·부의 봉투 

지난 3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변희수 전 육군하사의 집 앞에 부의 봉투가 놓여있다. 최종권 기자

지난 3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변희수 전 육군하사의 집 앞에 부의 봉투가 놓여있다. 최종권 기자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의 한 아파트. 전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의 집 문에 경찰 통제선이 쳐있었다. 문 앞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부의(賻儀) 봉투와 소주 한 병이 있었다. 봉투에는 ‘변희수 하사 평안하세요’란 문장이 쓰여 있었다.

성 정체성 밝힌 첫 군인, 청주서 홀로 생활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강제 전역 후 고향인 청주로 내려와 이 아파트에서 1년 동안 혼자 거주했다고 한다. 같은 층에 사는 한 주민은 “한동안 인기척이 들리지 않아 사람이 살지 않는 줄 알았다”며 “고인이 누구인지 뉴스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변 전 하사가 사는 동은 전 세대가 11평(36.3㎡)짜리로 방 하나에 주방과 화장실이 딸린 원룸형”이라며 “주로 고령의 독신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데 관리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전입하는 사람이 많아 변 전 하사가 입주한 줄 몰랐다”고 했다. 상가 세탁소 주인은 “손님 내역를 보니 변 전 하사가 지난해 3월 이불 세탁을 맡긴 것으로 나온다. 그 이후로는 찾아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웃 “사람 사는 줄 몰랐다”…3개월 전에도 극단적 선택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가 강제전역 처분을 받았던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3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스1]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가 강제전역 처분을 받았던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3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스1]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오후 5시49분쯤 자택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전 하사의 심리 상담을 맡았던 청주시 상당구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가 이날 연락이 닿지 않자 소방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문을 강제 개방해 자택으로 진입해 숨져 있는 변 전 하사를 발견했다.

 경찰은 외부인 침입이 없는 것으로 미뤄 변 전 하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1월 중순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경찰과 2~3시간 대치한 바 있다. 이후 변 전 하사는 병원에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변 전 하사는 상당구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관리하는 일반 상담 대상자였다. 이 센터 관계자는 “한 기관의 의뢰를 받아 센터 상담 요원이 지난 2월 19일 변 전 하사의 자택을 방문해 첫 대면 상담을 진행했다”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주 2회 상담을 하기로 결정했고, 본인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변 전 하사가 정신적으로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는 개인 상담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월19일 심리상담, 3월 첫 면담 전 사망 확인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스1]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스1]

센터 측은 이후 2월 22일과 2월 24일 두 차례에 걸쳐 전화 상담을 했다. 변 전 하사가 숨진 지난 3일은 2주차 첫 유선 상담일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상담을 위해 고인에게 전화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며 “뒤이어 군인권센터에서 ‘변 전 하사와 지난달 28일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오후 4시30분쯤 자택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112와 소방당국에 구조를 요청했다.

 변 전 하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며 목소리를 낸 첫 군인이다. 그는 경기 북부지역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다 2019년 휴가 도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군에 복귀했다. 그는 성전환 뒤에도 ‘계속 복무’를 희망했다.

 하지만 군은 성전환 수술을 한 변 전 하사의 신체 변화에 대해 의무조사를 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고 지난해 1월 22일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2월 육군본부의 전역 결정을 다시 심사해달라는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 전 하사는 인사소청 기각 뒤인 지난해 8월 대전지법에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내 올해 4월 첫 변론을 앞둔 상황이었다.

 경찰은 변 전 하사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오는 5일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례는 4~5일 청주에서 치뤄진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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