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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참치도 착하게 잡는다"…바다에서도 친환경 바람

중앙일보

입력

동원산업에는 TPO(Total Plastic Officer)란 직책이 있다. TPO의 주 업무는 한 마디로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게 주 업무다. 동원산업의 모항인 부산에 머물며 어떻게 하면 선박 내 플라스틱을 더 줄일지를 고민한다. 동원산업은 선박별로 플라스틱 관리팀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65.4% 줄인다는 목표다. 이는 500㎖ 생수병 1680만 개에 달하는 양이다.

동원산업 임직원들이 해양 투기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의미의 글귀가 세겨진 티셔츠를 들고 있다. 사진 동원산업

동원산업 임직원들이 해양 투기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의미의 글귀가 세겨진 티셔츠를 들고 있다. 사진 동원산업

전 세계 수산물 17%가 친환경 인증 받아

뭍은 물론 해양에서도 친환경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수산물을 어획하는 업체부터 수산물로 식품을 만드는 가공업체에 더해, 식품을 유통하는 업체들까지 수산자원을 위한 ‘착한 경영’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ㆍ해양관리협의회) 같은 각종 국제 인증을 받거나, 플라스틱을 비롯한 해양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게 대표적이다.

친환경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MSC 측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산물 중 17%(약 1270만t)가 MSC 인증 어업을 통해 생산됐다. 이는 전년보다 21%가 늘어난 수치다. 미주나 유럽 등 선진국에선 친환경적으로 생산하지 않은 수산물에 대해선 수입을 더 까다롭게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MSC 인증 제품 판매를 확대 중이다. 힐튼과 하얏트 등 글로벌 호텔 체인은 MSC 인증 수산물만 취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내에선 MSC와 지속가능수산물의 소비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명란과 홍어, 새우 등 MSC 인증 수산물을 팔고 있다.

동원산업은 ‘플라스틱 없는 바다에서 잡은 참치’를 소비자의 식탁에 올린다는 목표다. 이 회사 역시 MSC 인증을 받았다. 동원산업은 보유 중인 선박 35척에 고효율 소각기를 설치했다. 대당 수천 만원 짜리다. 이를 통해 바다 위에서 생기는 각종 쓰레기와 폐유를 처리한다. 소각기가 없는 동안엔 상당량이 바다에 버려지곤 했다. 또, 플라스틱과 고철, 유리 등 태울 수 없는 폐기물은 압착해 비축하는 압착기도 갖췄다. 현재 태평양에서 조업 중인 전 세계 선단 중 국제해사기구(IMO)가 인정한 소각기와 압착기를 갖춘 선단은 동원산업이 유일하다. 동원산업은 내년까지 모든 선박에 소각기와 압착기를 설치한다는 목표다.

어묵 브랜드인 삼진어묵은 어묵 업계 최초로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을 받았다. MSC 인증을 무기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해조류 브랜드인 기장물산도 관련 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캐나다 현지 유통점의 모습. 친환경적으로 조업해 잡은 인증 수산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한다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중앙포토]

캐나다 현지 유통점의 모습. 친환경적으로 조업해 잡은 인증 수산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한다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중앙포토]

친환경 어업 강화해야 후손도 해산물 즐겨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 어족 자원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해양수산부가 살오징어와 대구 등 14개 어종 보호를 위해 새로운 금어기와 금지 체장(길이), 금지 체중(무게)을 적용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그에 따라 앞으로 길이 35㎝ 이하의 대구는 잡을 수 없도록 하는 식이다. 비슷한 노력은 세계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 예로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OFC)는 매년 3개월 동안 ‘집어장치’를 활용한 조업을 금지하고 있다.

통조림용 물고기를 잡는 선망선의 그물코 크기도 10인치 이상으로 정해 놓고 있다. 서종석 MSC 한국대표는 ”결국 수산 식량자원의 남획을 막는 등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후손들은 해산물을 즐길 수 없게 된다“며 ”수산기업뿐 아니라 유통을 비롯한 전 분야의 기업들이 윤리적 소비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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