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범죄 이익3배 토하는데···LH 직원 징역·벌금 내면 끝?

중앙일보

입력 2021.03.04 11:33

업데이트 2021.03.04 12:03

3기 신도시로 추가 확정된 광명·시흥 지구에 LH 공사 직원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모습. 장진영 기자

3기 신도시로 추가 확정된 광명·시흥 지구에 LH 공사 직원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모습. 장진영 기자

정부의 신도시 지구 발표 정보를 사전에 이용해 광명·시흥 등에 100억원 대 토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가 시작됐다.

LH·국토교통부의 내부 조사는 물론이고 경찰도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택지개발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과 가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투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패방지법 등, 공직자 ‘업무상 얻은 정보’ 이용 금지

공직자가 업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은 여럿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먼저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하게 해서도 안 된다.

부패방지법에도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을 이용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서는 안 되며, 위반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변 관계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기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의 명단과 토지 위치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변 관계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기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의 명단과 토지 위치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업무상 취득한 부동산 정보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도 있다.

토지주택공사법은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자를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만약 해당 택지가 공공택지인 경우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처벌 수위는 높아진다. 공공주택특별법 제9조 및 제57조는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과 관련한 정보를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의혹에 휩싸인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소명한다면 중대 범죄로 처벌할 수는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간단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무상 알게 된 정보'의 범위가 좁기 때문이다.

처벌 규정은 있지만 빠져나갈 구멍

위에 언급한 법률의 여러 조항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은 ‘업무 관련성’이다. 신도시 지정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후보지의 토지를 취득해야 위법행위가 된다. 문제는 토지를 취득한 LH 직원 다수가 신도시 지정 업무와는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토지를 취득한 LH 직원 10여 명 중 다수는 수도권 지역에서 보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토부와 LH도 자체 조사를 통해 직원 13명이 12개 필지를 취득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신규 후보지 관련 부서 및 광명시흥 사업본부 근무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1차적 업무 관련성은 없다는 뜻이다.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패방지법을 적용하면 (투기 이익 환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 역시“직무상 알게 된 정보라고 하는 것을 어디까지로 할 것이냐. 직접 택지개발계획을 수립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야 그걸 업무상 알게 된 정보라고 할 거냐, 이런 법리상 다툼은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문제가 된 LH 직원들이 형사처벌을 빠져나갈 구멍도 있는 상황에서 '토지 몰수', '부당이익 환수' 등 원천적인 조치는 더 쉽지 않은 셈이다.

이는 금융범죄 수익의 경우 징역형과 함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3조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한 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벌금·징역형이 아니라 부당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이익을 원천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입구 기념비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경찰은 LH 임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투기 목적으로 해당 지역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입구 기념비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경찰은 LH 임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투기 목적으로 해당 지역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與 “공직자 투기는 패가망신…이익환수 검토”

4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투기·부패, 조직적 은폐 등이 있다면 한 점 의혹 없이 밝히고 일벌백계해야 한다”며“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는 패가망신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처벌과 함께 투기 이익을 환수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LH와 같은 공기업의 개발 담당 부서 직원들의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해 상시감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3일 "LH 임직원 사전투기 의혹과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투기 이익 환수를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그는 “투기로 이익을 얻은 자에 대해 단순히 징역형에 처해서는 투기 근절에 한계가 있다”면서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선 투기 이익에 대한 환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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