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포' 홍삼이 편의점 효자···1인 가구가 키운 '스틱' 열풍

중앙일보

입력 2021.03.04 06:00

편의점 계산대 아래 진열대를 차지한 스틱형 건강기능식품. 사진 BGF리테일

편의점 계산대 아래 진열대를 차지한 스틱형 건강기능식품. 사진 BGF리테일

직장인 오모(41) 씨. 술 먹은 다음 날이나 유난히 피곤한 날이면 편의점에서 홍삼 한 포를 사 마신다. 편의점에 다른 물건을 사러 갔다가도 계산대 앞에 스틱형 홍삼이 눈에 띄면 사 먹다보니 구매 횟수도 늘었다. 오 씨는 3일 “매일 영양제를 챙겨 먹기도 번거롭고 편의점에서 눈에 띌때마다 스틱형 홍삼을 먹는다”며 “커피 한 잔 값으로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껌 밀어내고 계산대 앞 차지 

홍삼은 물론 유산균, 비타민 등 스틱형 제품이 편의점 풍경을 바꾸고 있다. 보통 편의점 계산대 주변은 껌이나 사탕, 소시지처럼 저렴하고 진열이 간편한 상품이 차지했다. 계산을 기다리면서 눈에 보이면 무심코 사게 되는 충동구매 성향이 강한 상품들이다. 최근 들어 이 자리를 스틱형 건강기능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CU 관계자는 "요즘은 계산대 앞에 껌이나 사탕 대신 스틱형 건기식을 채우는 점포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CU가 판매 중인 스틱형 건강식품은 홍삼부터 유산균, 콜라겐, 비타민 등 약 20가지로 이들 상품의 2월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68%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편의점 같은 동네 상권이 주목을 받으면서다. 이 때문에 종근당(락토핏 유산균), 유한양행(간편한 밀크씨슬 스틱) 등 대형 제약사들도 편의점 전용 제품을 내놨다.

수출 홍삼농축액 절반 이상이 스틱형 

KGC인삼공사가 지난 2018년 출시한 편의점 전용 상품 ‘홍삼정 에브리타임 밸런스핏’. 사진 KGC인삼공사

KGC인삼공사가 지난 2018년 출시한 편의점 전용 상품 ‘홍삼정 에브리타임 밸런스핏’. 사진 KGC인삼공사

홍삼 브랜드 정관장을 운영하는 KGC인삼공사는 2018년 편의점 전용 상품 ‘홍삼정 에브리타임 밸런스핏’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전년보다 20% 늘어난 150만개가 팔렸다. 시장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 건 전문 판매점이나 백화점, 면세점에서만 구매하던 홍삼을 2012년 스틱형(정관장 에브리타임)으로 내놓으면서다. TV 프로그램에서 홍삼 스틱을 먹는 장면이 PPL로 자주 등장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누적 판매 수량은 2013년 300만포에 이어 2017년 1억1000만포, 2019년 2억포를 돌파했다.

스틱 홍삼은 해외에서도 인기다. 중국이나 미국에 수출되는 홍삼 농축액의 절반 이상이 스틱형 제품이다. 정관장이 판매하는 스틱형 제품만 10여종에 이른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로드샵이나 백화점 매장에선 주로 30포 이상 대용량 제품을 취급하지만, 편의점에서는 홍삼을 낱개로 구매할 수 있어 가격 장벽이 낮아졌다”면서 “보관과 섭취도 간편하고 부담 없이 나눠 먹을 수 있어 20·30세대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스틱 원조 커피믹스부터 잼·라면 수프까지

1987년 출시된 '맥심 커피믹스'. 사진 동서식품

1987년 출시된 '맥심 커피믹스'. 사진 동서식품

스틱 열풍은 식품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1인 가구가 늘면서 소포장, 소용량 제품이 인기를 끌고 코로나19로 위생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 각종 식품회사도 스틱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10월 1회용 낱개 포장을 한 ‘아임스틱 쨈’을 출시했고,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액상 수프를 지난해 12월 스틱 형태로 내놨다. 사회적기업 꿀벌과피아노가 만든 마이허니비 등 스틱 형태의 꿀도 판매 중이다.

스틱의 원조는 커피믹스다. 국내에선 동서식품이 1987년 출시한 ‘맥심 커피믹스’가 최초다. 1996년엔 세계에서 처음으로 설탕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커피믹스를 출시했고, 2008년 독자적인 ‘이지컷’ 기술도 개발했다. 커피믹스 스틱은 페트(PET), 폴리에틸렌(PE), 알루미늄 포일(AL) 등 4겹의 얇은 필름을 덧붙인 다층포장재인데, 가장 겉면인 페트층에만 레이저로 작은 구멍을 뚫어 내용물은 보호하되 쉽게 뜯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다층구조 덕분에 스틱으로 뜨거운 커피를 저어도 포장재에 인쇄된 잉크 성분이 섞이지 않는다. 4겹의 필름 모두 녹는점이 물의 끓는점(100℃)보다 높고 포장재 인쇄층은 겉면이 아닌 페트 필름 안쪽에 있어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스틱 제품은 지난해 약 130억개가 팔렸다"며 "더 안전하고 간편한 스틱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