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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논란된 中 '항문 검사'···아예 틀린 건 아니었다

중앙일보

입력

3일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PCR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3일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PCR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검사하는 표준 방법은 ‘유전자 증폭(PCR)’ 기법이다. 통상 콧구멍이나 목구멍 깊숙이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해 분석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주로 호흡기 상피세포에 붙어 있어 해당 부위에서 검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새로운 검체 채취 부위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다. 해외 입국자를 상대로 코와 목이 아닌 항문에서 분변 샘플을 채취해 검사하는 방법을 도입하고 있는 것인데 인권 침해 문제뿐 아니라 실효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일본 정부 “항문 PCR 검사 면제” 요청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 [로이터=뉴스1]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 [로이터=뉴스1]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중국 측에 자국민에 대해 항문 검체 채취 검사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부 일본인이 중국에 도착한 뒤 항문 검사를 받아 심리적 고통이 크다는 민원이 주중 일본대사관에 들어오고 있다”며 “일본인은 PCR 검사에서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말부터 중국 베이징과 산둥성 칭다오 등 일부 지역에선 해외 입국자와 밀접 접촉자 등을 대상으로 항문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상자가 바지를 내리면 검사 요원이 면봉을 이용해 채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연초부터 본인이 직접 분변 샘플을 채취하는 ‘간접 제출 방식’으로 절충해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문에 바이러스 더 오래 남아”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의 한 예방 접종 센터에서 백신을 맞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모습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의 한 예방 접종 센터에서 백신을 맞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모습이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런 논란에도 ‘항문 PCR 검사’ 방식을 택한 걸까. 중국 보건당국은 호흡기보다는 소화기나 배설물에서 채취한 검체에 바이러스가 더 오래 남아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후 검사가 표준이지만 혈액이나 대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대변에서 좀 더 오랫동안 머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변에서 검출됐어도 전염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시간이 지나 죽어 있는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워낙 코로나를 호되게 당하기도 했고, 국제사회에서 다시 오명을 쓸 수 없다는 판단에서 좀 과하게 검사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과학적 근거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국내에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에서 이미 바이러스가 배출된 상태여도 대변에서 검출되기도 한다”면서도 “균이라는 게 배양이 돼야 살아있는 건데 그 기간이 최장 12일까지다. 대변에서 검출이 돼도 코에서 나오지 않으면 이미 시간이 지나 감염력이 없어졌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과학적으로 틀린 이론은 아니다. 중국 입장에선 작은 바이러스 하나라도 끝까지 잡아내야겠다는 의지일 테지만 국내에 도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중국에서도 절대적인 건 아니니까 일부 지역에서만 하는 것”이라며 “통상 변을 통해 손에 바이러스가 묻고 손에 묻은 게 입을 통해 들어가 감염이 일어나는 데 한국의 경우 화장실이 발달해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일축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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