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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핑 호소에 기후행동 나선 1억 팬들···이게 K팝의 선한 영향력

중앙일보

입력

최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블랙핑크. 사진 넷플릭스

최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블랙핑크. 사진 넷플릭스

“데이비드 아텐버러경의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우리가 무엇을 하면 이 아름다운 지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더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블랙핑크 로제, BBC 인터뷰

“아직은 절대 늦지 않았어요. 우리의 목소리를 사용해요. 인식을 확산하고, 기부하고, 더 많이 배우고, 환경 캠페인을 지원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재즈, 블링크 필리핀(블랙핑크 팬클럽)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K팝 아티스트와 팬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 아티스트와 팬덤이 추구해온 선한 영향력이 기후 분야에서도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K팝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행동 ‘지구를 위한 K팝’(Kpop4Planet, 케이팝포플래닛)은 3일 세계 야생동물의 날을 맞아 홈페이지를 열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11월에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까지 전 세계 팬들과 함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에서다.

케이팝포플래닛 홈페이지 이미지.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케이팝포플래닛 홈페이지 이미지.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케이팝포플래닛은 “인종과 젠더, 신념을 뛰어넘어 전 세계 K팝 팬들이 기후 위기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며, 기후 정의를 위한 행동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을 만든 건 엑소 팬인 인도네시아 대학생 누룰사리파(21)다. 그는 이미 전 세계 많은 K팝 팬들이 이 운동에 지지를 표하며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고 소개했다. 사리파는 “K팝 팬 상당수가 지금 어떻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Z 혹은 밀레니얼 세대”라면서 “기후 정의를 위한 싸움은 바로 우리 미래를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기후 행동 나서달라” 블랙핑크 영상 5일 만에 300만

그동안 K팝 아이돌은 민감한 정치·사회적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암묵적으로 금기시했다. 하지만 최근 기후위기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COP26의 공식 홍보대사로 위촉된 걸그룹 블랙핑크는 지난달 26일 BBC와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기후 행동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블랙핑크가 5700만 구독자를 보유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은 5일 만에 300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270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몬스터X 팬클럽 몬베베 회원들이 만든 'MX 동물의 왕국'. 홈페이지 캡쳐

몬스터X 팬클럽 몬베베 회원들이 만든 'MX 동물의 왕국'. 홈페이지 캡쳐

팬들의 활동은 더 적극적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98개국에 1799개의 한류 동호회가 결성돼 있고, 회원 수는 총 9932만 명으로 1억 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숲을 살리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것부터 기후재난 피해자들을 위한 현금 모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면서 거대한 기후 행동 세력으로 부상했다.

방탄소년단 팬 아미들은 기념일마다 BTS 멤버의 이름으로 멸종위기 동물을 돕기 위한 모금을 진행했다. 몬스터X 팬클럽인 몬베베 회원들은 ‘MX 동물의 왕국’이라는 홈페이지를 열고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홍수 등 기후재난 피해 복구에도 적극적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생일을 맞아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해안가에 맹그로브 묘목을 심는 BTS팬과 자원봉사자. Lindungihutan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생일을 맞아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해안가에 맹그로브 묘목을 심는 BTS팬과 자원봉사자. Lindungihutan

세계 곳곳에서 홍수·태풍 등의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을 돕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난 1월 인도네시아에서 홍수와 지진으로 80여 명이 숨지고 3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K팝 팬들은 발 빠르게 나서 피해자들을 위해 10만 달러(1억 1200만 원)에 가까운 성금을 마련했다.

BTS 아미와 블랙핑크 블링크, 엑소 엘 등의 팬클럽은 2019년부터 태국, 인도, 필리핀 등에서 각종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돕는 기부활동을 해왔다.

한 인도네시아 팬은 지난해 BTS 멤버인 지민의 생일을 앞두고 해안침식 피해를 막기 위해 맹그로브 묘목 1000그루를 심자는 프로젝트를 SNS를 제안했다. 이후 9일 만에 1800여 명이 기부에 참여하면서 8000여 그루의 묘목을 중부 자바 해안가에 있는 베도노 마을에 심었다. 해당 지역은 극심한 해안 침식을 겪으면서 마을 일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전문가들은 북미에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K팝 팬덤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이 기후위기 같은 전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 팬들을 참여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 리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사회학 교수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런 현상은 K팝이 단순히 생각 없는 오락이 아니라 아이돌 음악에서는 드문 장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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