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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끊이지 않는 정권 주변 부동산 투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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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변 관계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기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의 명단과 토지 위치를 공개하고 있다. 3일 문재인 대통령은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LH·관계 공공기관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변 관계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기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의 명단과 토지 위치를 공개하고 있다. 3일 문재인 대통령은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LH·관계 공공기관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 [연합뉴스]

연일 터져 나오는 문재인 정권 주변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장이던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과 가족들이 광명과 시흥 신도시 예정지에 100억원대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의혹에 이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가 신공항 예정지인 가덕도에 땅을 소유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다.

LH 직원, 오거돈 일가 투기 의혹 #문 대통령 “전수조사” 지시에도 #정책 실패 겹쳐 서민들 큰 배신감

다음 달 7일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는 오 전 시장이다. 그는 지난해 총선 직후 성추행 사실을 고백한 뒤 시장직을 내놨다. 그런데 그의 장조카가 2005년부터 가덕도 신공항 건설부지 중 노른자위 땅에 토지 1488㎡(약 450평)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오 전 시장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들은 가덕도 진입로 일대에 수만 평의 공장 부지를 갖고 있다. 부시장과 시장 등 부산시 주요 공직을 섭렵한 오 전 시장은 장조카가 땅을 사기 전인 2004년부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해 왔다. 세간에선 “오 전 시장 성추행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 가덕도 신공항이 주요 공약이 되면서 혜택은 되레 오 전 시장 일가가 누리게 됐다”는 탄식이 나온다.

LH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LH 직원 10여 명이 광명·시흥지구 3기 신도시 지정 발표 전에 100억여원에 이르는 사전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론이 들끓자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하면서 인사 5대 원칙을 내세웠다.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및 부동산 투기를 범할 경우 고위직에 임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임기 초반부터 야금야금 무너졌다. “다주택자는 1채로 정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도 강남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채 사직한 김조원 전 민정수석 때문에 “직 대신 집을 택했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수십 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먹혀들지 않아 집값 폭등과 전세 품귀현상이 이어지며 국민의 고통은 커져만 가는데 고위 공직자들의 이런 행태는 반복돼 왔다.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지난해 11월 독일 대사로 임명되기 전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 오피스텔 두 채를 매입해 3주택자가 됐다. 이른바 ‘관사 주테크’와 특혜 대출 및 재개발 지구 투기 의혹이 일어 사임했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금배지를 달게 됐다.

문 대통령이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 및 엄중 대응을 지시한 만큼 관계당국은 신속하게 철저히 조사해 위법사항을 밝히고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리고 오 전 시장 일가가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 토지를 소유한 과정이 투기인지 아닌지 책임있는 기관이 나서서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 주변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때문에 박탈감을 넘어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는 서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보듬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