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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첫 실패 인사된 탠던, 낙마 단초는 WP 한국계 ‘김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니라 탠던

니라 탠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인사 실패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계 미국인 기자가 화제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유색 인종으로는 처음으로 지명된 니라 탠던이 2일(현지시간) 후보직을 사퇴했고, 이에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 워싱턴포스트(WP)의 승민 김(Seung Min Kim) 기자여서다.

공화당 의원에 막말 트윗 보여줘 #예산관리국장 지명자 결국 사퇴 #탠던 지지층, 인종차별 악플 공격

김 기자는 미국인이지만 한국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의 트위터엔 한복 차림의 어머니와 함께 면사포를 쓴 사진도 있다. WP의 기자 소개란엔 “영어 이외 한국어도 구사”라고 돼 있다.

이런 김 기자가 본의 아니게 니라 탠던 논란에 휘말린 경위는 이랬다. 탠던은 바이든 행정부가 챙기는 핵심 인사 중 하나였지만 표현이 거칠었다. 과거 공화당 인사들에 대한 독설과 막말을 트위터에 남긴 게 화근이 됐다. 상원에서 인준을 받지 못할 것을 걱정한 백악관은 공화당의 초당파 의원들에게 표를 읍소하기에 이르렀는데, 이 과정에서 김 기자가 등장한다.

승민 김

승민 김

공화당 초당파 의원 중 탠던에게 찬성표를 던질 것이 유력한 인물이 리사 머코스키 의원이었는데, 탠던은 과거 그에게도 독설을 퍼부은 적이 있었다. 그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탠던이 당신을 ‘쓰레기’라고 부른 트윗은 어떻게 보느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이를 몰랐던 머코스키가 “그게 뭐냐”고 물었고, 한 기자가 해당 트윗을 보여줬다. 그가 김 기자였다. 동료 기자들이 이를 찍어, ‘열심히 일하는 장면’이라는 취지로 트윗을 한 게 논란에 불을 붙였다. 탠던과 바이든 정부의 열혈 지지자들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부터 김 기자에게 악성 댓글 및 e메일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WP가 보호에 나섰다. 김 기자의 상관인 스티븐 긴즈버그 에디터가 직접 성명을 냈다.

“승민에 대한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이며 잘못된 팩트에 기반한 공격이 쇄도하고 있다. (중략) 승민이 한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이다. 기자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우리는 그가 WP의 일원인 것이 더 이상 자랑스러울 수 없다.”

김 기자에 대한 응원은 뉴욕타임스(NYT)에서도 나왔다. NYT의 간판 여성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는 칼럼에서 “김 기자의 e메일과 소셜 미디어엔 차별적 발언이 쏟아졌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탠던의 지명에 반대한 상원의원들에게도 전화를 걸어대기 시작했다”며 “김 기자는 ‘고자질쟁이(snitch)’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고 적었다. 공화당에 대해 공개적으로 수십년간 비판 목소리를 내온 다우드 칼럼니스트의 핵심 메시지는 바이든 정권이 들어섰다고 해서 기자들이 예봉을 꺾으리라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는 지적이었다. 결국 탠던은 사퇴했고 이 기사를 쓴 것도 김 기자였다. WP는 김 기자의 바이라인(기자명)을 적시해 탠던 사퇴 소식을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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