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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 첫 사망…정은경 "신속 조사-신속 공개 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2일 대전 서구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뉴스1

2일 대전 서구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 엿새째인 3일 접종 이후 사망한 사례가 2건 발생했다. 백신 접종과의 인과 관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언론보도를 통해 사망 사례가 알려지자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직접 설명에 나섰다.

3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총 8만7428명이다. 2일 하루동안 6만3644명이 백신을 맞았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의심돼 신고 된 사례는 총 209건(신규 53건)이다.

정 청장은 “아나필락시스(중증 알레르기 반응) 의심 사례가 3건, 두통,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 경증 사례가 204건 발생했고 2건의 사망 사례가 보고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례에 대해 정 청장은 “신속하게 조사하고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질병청은 해당 지자체와 함께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추가적인 의무기록조사와 시ㆍ도의 신속대응팀의 검토 그리고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피해조사반 검토를 거쳐 예방접종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ㆍ고양시에 따르면 첫 번째 사망자 A씨는 50대 남성이다. 고양시 일산 동구의 한 요양병원 입원해있던 A씨는 2일 오전 9시반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접종 후에 11시간이 지난 뒤 가슴통증과 메스꺼움,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해 응급 처치를 받은 뒤 회복했다. 하지만 이후 3일 오전 7시 갑작스런 심정지로 숨졌다. 숨진 A씨는 뇌졸중, 신장질환, 당뇨병, 파킨슨씨병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두번째 사망자 B(63)씨는 뇌혈관 질환으로 경기도 평택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다. B씨는 환자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 30분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다음날 오후 10시 30분부터 발열과 전신 근육통 등의 이상 증상을 보였다. 이후 B씨는 상태가 호전되는가 싶었지만 다시 악화됐다. 요양병원은 2일 낮 B씨를 평택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다. 패혈증과 폐렴 등 증상을 보이던 그는 3일 오전 10시쯤 숨졌다. B씨를 치료한 병원 관계자는 “기저질환에 따른 패혈증을 직접 사인으로 보고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접종 시작 전부터 요양병원의 의식없는 와상환자나 말기 환자에 접종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사망 직전의 환자에게 백신을 접종했다가 이들이 숨지게 되면 지난해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사태 때 처럼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 신중하게 접종을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청장은 “요양병원은 워낙 오랫동안 와병상태에 계시고, 기저질환이 많은 고령의 환자가 있기 때문에 예진을 할 때 그런 부분들을 주의하도록 당부했다”라며 “의식 상태가 좋지 않거나 37.5℃의 발열이 있거나, 임종이 임박했거나,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등 의학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 예방접종을 희망하더라도 제외가능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사망-백신 간 인과성 확인 방법에 대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2억명 이상 예방접종을 받은 상황이고, 각국에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분석 결과를 많이 내고 있다”며 “해당 결과를 참조하고 개별 검토를 거쳐서 이상반응 여부와 인과성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요양시설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등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사망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요양시설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등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사망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질병청은 백신 자체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백신 및 제조번호로 접종을 받은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유사 증상 여부를 조사하고, 접종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의료기관 내 접종자들의 이상반응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정 청장은 “어떤 증상이나 검사 소견을 보였는지, 또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 다른 요인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인지 등을 임상적으로 종합적으로 조사를 하고 판단을 해 인과관계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사망자의 시신은 부검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 청장은 “신규 백신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는 인과성에 대한 파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피해조사반의 심의 결과에 대해서는 정리가 되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례가 나오면서 백신 안전성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 청장이 이날 갑작스레 브리핑을 열고 직접 사망 사례에 대해 설명한 것도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청장은 “세계 각국에서도 접종 후에 기저질환자나 다른 원인으로 사망자가 다수 보고됐지만, 조사 결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인한 사망으로 확인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며 “국민들께서 과도한 불안감을 갖고 접종을 피하지 않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영국에서 지난 1월31일까지 아스트라제네카는 300만회, 화이자는 660만회 접종됐다. 아스트라제네카 이상반응은 1만1748건, 접종 이후 사망자 90건 발생했다. 화이자이상반응 2만319건, 사망 143건 발생했다. 독일(105명), 노르웨이(81명) 등 우리보다 앞서 접종을 시작한 나라에서도 접종자 사망이 보고됐다. 정 청장은 이 가운데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으로 확인된 것은 현재까지 없다는 점을 힘줘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평상시 요양병원서 만성질환 환자가 돌아가시는 기본 사망률이 있을 텐데, 접종 시작 전 사망률과 접종 이후의 사망률을 비교해보면 된다. 큰 차이가 없다면 오비이락으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빨리 조사해서 명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 늦으면 루머가 확대 재생산 되니까 질병청에서 빨리 조사하고 알려야한다. 가뜩이나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신이 높은데 발표가 늦어지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스더ㆍ최모란ㆍ이우림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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