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햇볕정책 北 바꾼다는 건 허망한 희망"

중앙일보

입력 2021.03.03 11:36

업데이트 2021.03.04 15:54

3성 장군 출신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 중인 바이든 행정부에 대북 압박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지 않는 한 김정은 정권 제거가 미국의 정책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퇴임 후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글로벌 안보 도전과 전략'을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 서면 자료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 미 상원 청문회 자료
"성공적인 외교 위해선 군사훈련이 매우 중요"
"北, 판매 시도하지 않은 무기 개발한 적 없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허버트 맥매스터가 백악관 근무 당시 2017년 11월 2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허버트 맥매스터가 백악관 근무 당시 2017년 11월 2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접근 방식을 문제 삼으며 "북한 정권이 세계에 중대한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여러 외교적 노력은 실패와 실망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교적 실패의 배경으로 김일성 3대 세습 과정에서 두 가지 잘못된 가정 중 하나가 작용했다고 봤다. 미국 등이 "'햇볕 정책'으로도 불리는 북한 개방이 정권의 본질을 바꿀 것이라는 허망한 희망", "김씨 일가 정권이 지속 불가능하며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배치하기 전에 무너질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해 외교정책을 폈다는 논지다.

그러면서 "김씨 일가는 제한된 개방에 대한 대가(보상금)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체계적인 선전과 세뇌, 정보 접근 차단에 썼다"고 했다.

북한은 김씨 일가 3대 세습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백두산 혈통을 선전하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0월 16일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보도한 영상. 김정은 옆에 김여정(왼쪽), 조용원(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 말을 타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김씨 일가 3대 세습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백두산 혈통을 선전하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0월 16일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보도한 영상. 김정은 옆에 김여정(왼쪽), 조용원(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 말을 타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그는 "미국과 동맹국 지도자들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거부하지 않는 한 김정은 정권 제거가 미국의 정책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최대 압력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밝힌 세 가지 원칙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상징적인 합의나 보상에 대한 거부 ▶북한 무역량의 95%를 차지하는 중국이 제재를 이행하도록 설득 ▶필요하면 대북 군사력을 사용할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것 등이다.

특히 군사적 압박과 관련해선 "성공적인 외교를 위해선 군사훈련과 북한 침략에 대한 신속하고 압도적인 대응을 위한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며 "김정은은 미국과 그 동맹국이 핵 공격 가능성에 직면할 경우 군사적으로 비핵화를 강요하는 의지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북 압박 동참과 관련해선 "(북핵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가 알아야 한다"고 짚었다.

맥매스터는 또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가 '적화통일'이라면 북한을 제한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봉쇄전략을 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과거) 시리아에 핵기술을 판매하는 등 북한은 판매를 시도하지 않은 무기를 개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대만 위기'

한편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과 연말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대회 사이를 "가장 위험한 기간"으로 내다봤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전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을 6ㆍ25전쟁 직전 '중국에 미국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란 잘못된 메시지를 내준 것에 견줬다. 그러나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전략적 모호함'이 아닌 '전략적 명확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미 외교가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트럼프 정부가 했듯 대만에 무기를 제공하는 등 메시지를 내면서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는 게 더 낫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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