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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레터]'복세편살'의 유혹···MZ세대 주식 잔고 보고 깜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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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그래픽=김정민 기자

사진=셔터스톡, 그래픽=김정민 기자

안녕하세요. 팩플레터입니다.🙋
아침에 이 뉴스 보셨나요? 지난달 한국인(기관투자 포함)의 해외주식 거래액이 56조원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규모라는군요. 모바일 앱 하나로 뉴욕·나스닥 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지금, 나만 손 놓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56조원 기록을 세운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서학개미군단의 중심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전체 인구의 34%(2019년 기준) 정도 됩니다. IT·스타트업계에서도 MZ가 주력으로 떠올랐습니다. 가장 변화가 더디다는 금융업에서도 MZ세대 창업자들이 굵직한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팩플레터에선 ‘MZ의 財테크’ 면면을 살펴봤어요. MZ는 왜 주식 재테크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이들을 사로잡은 금융서비스는 뭐가 다른지, 리스크는 뭔지 등등. 오늘도 팩플과 함께 ‘변화의 핵심’을 읽는 시간 가지시길 빌게요!
(※이 콘텐츠는 팩플레터 구독자들에게 3월 2일 아침에 먼저 발송되었습니다. → 레터 구독신청 하시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1. MZ는 왜 재테크에 미쳤나

지난해 12월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3525만개. 1년 새 20% 늘었다. 새로 튼 계좌의 56%는 2030세대 것(KB증권 기준).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동·서학 개미 열풍을 주도한 배경은.

·위기 한두 번 겪나 : 1997년 IMF 구제금융→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20년 코로나19까지, MZ세대는 10년마다 위기를 겪으며, 위기 이후에 오는 기회에도 눈 떴다. AI 자산운용사 ‘파운트’의 강상균 본부장은 “부동산은 대출규제로 ‘넘사벽’이고, 예·적금 금리는 낮다보니 2030이 몰릴 곳은 주식뿐”이라며 “상승장에 나만 소외되나 싶은 불안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파운트는 운용자산 8500억원에 회원 11만 명인데, 2030 유저가 72.3%에 달한다.
·나스닥? 어렵지 않아요 : 올해 미래에셋대우 신규 해외주식 계좌 59%는 2030세대가 텄다. 김창근 토스증권 프로덕트 오너(PO)는 “인터넷으로 해외 정보도 쉽게 접하고, 애플·테슬라 등 본인이 사용하거나 관심 있는 기업에 적극 투자하는 세대”라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주식 계좌 수 추이. 그래픽=김정민 기자

지난 10년간 주식 계좌 수 추이. 그래픽=김정민 기자

2. MZ가 찍은 금융 앱, 이게 다르다

복세편살. ‘MZ 금융’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은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에 집중해, MZ의 대세 금융 플랫폼이 됐다. 기능은 단순하게, 용어는 쉽게.

·알아서 보여주고 : 카카오뱅크는 출시 12시간 만에 19만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이중 65%가 MZ세대였다. 친근한 카카오 캐릭터 덕만이 아니다. 조회·이체 같은 필수 기능만 남기고, 낯선 금융용어는 철저히 배제했다. 스타트업 토스·뱅크샐러드는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송금’하고, 클릭 한 번으로 통장 잔고를 보여줘 MZ세대를 끌어들였다.
·알아서 추천해주고 : MZ세대는 Give & Take가 확실하다. 소중한 내 데이터를 금융사에 제공하는 건, 내게 맞는 상품을 추천받기 위해서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과거 금융의 최우선 조건이 안정성이었다면, 지금은 안전을 넘어 초개인화된 ‘큐레이션’을 하는 서비스만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알아서 굴려주면서 : 일하랴, 운동하랴, 유튜브 보랴, 금융 공부할 시간이 없다. AI가 전 세계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투자해주고 자산을 재배분(리밸런싱) 해주는 ‘AI 자산운용사(로보 어드바이저)’가 급부상한 이유.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핀트’ 가입자 수는 2019년말 3만 명에서, 1년 새 32만 명이 됐다. 이들 중 81%가 MZ세대. 객관적인 데이터로 투자하고, 투자 내역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강점.
·알아보기도 쉬워야 : 김강원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는 “밀레니얼 세대는 축적 자산이 크지 않기에 이자 0.n% 더 주는 것보다 지금 내가 이 앱을 얼마나 편하고 직관적으로 쓸 수 있느냐를 중시한다. 버튼 하나, 사용자 액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서비스 품질에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폴인인사이트).

국내 금융앱 사용자 순위. 그래픽=김정민 기자

국내 금융앱 사용자 순위. 그래픽=김정민 기자

3. MZ를 사로잡은 바스(BaaS)

서비스로서 뱅킹(BaaS · Banking-as-a-Service), 판교 테크노밸리와 강남 역삼·선릉에 자리잡은 IT 기업들이 일찌감치 눈여겨본 시장이다. 이들은 사회초년생, 학생 등 금융 이력이 별로 없는 신 파일러(thin filer·금융 이력 부족자)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반면 MZ에게 은행 같은 전통 금융사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핀테크 아니고 테크핀 : 2월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관리업) 본허가를 내준 28개사 중 절반이 네이버 같은 빅테크나 토스·뱅크샐러드·핀다 등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KT는 뱅크샐러드에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술 기반의 금융을 강조한다. 핀테크 아니라, 테크핀이란 것. LG유플러스의 전자지급결제대행(PG) 사업부를 토스가 인수하듯(토스페이먼츠), 금융 스타트업이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한다.
·게임 AI도 진격 :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0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핀트’ 운영사), KB증권과 손잡았다. 이들 3개사의 합작법인은 AI 기반 자산 관리 서비스(PB)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이나 받던 PB를 대중화하겠다는 것.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도 지난해 2월 핀테크 자회사(아퀴스)를 설립했다. ‘게임처럼 주식하는’ 컨셉의 트레이딩 플랫폼을 준비 중. 증권 차트나 전문 용어 를 모두 없애고 암호화폐 거래도 가능하게 만든다고. 주 타깃은 글로벌 MZ세대다.
·반격 나선 명동·여의도 : 판교 IT기업들의 기습을 받았지만, 명동·여의도의 은행·카드·증권사들도 반격을 준비한다. 신한카드는 올 8월 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았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상인들을 위한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

테크핀 기업들이 MZ소비자를 많이 확보했지만 그것만으로 사업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박지은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기반의 은행들이 기존 은행의 경쟁자로 올라서려면, 투명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 창출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4. 해외는 어때?

·‘디테일’에 강한 미국 : 지난 1월 게임스톱 사태의 중심에 섰던 ‘로빈후드’는 대표적인 미국 MZ세대 투자앱이다. 2015년 ‘수수료 없는 주식투자 플랫폼’ 컨셉으로 시작해 이용자 2000만명을 모았다. 이용자 평균 나이는 31세. P2P 금융 업체인 ‘소파이’는 대학생들에게 낮은 이자로 학자금을 빌려주고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최적의 방법도 제시한다. ‘레모네이드’는 보험 가입·심사·청구 등 모든 과정에 AI 기술을 도입한 인슈어테크 회사다. 보험에 가입하는 데 90초, 보험금을 지급받는 데 3초면 충분하다.

·빅테크 ‘올인원’ 중국 : 중국은 빅테크 기업이 핀테크 시장을 과점(寡占)했다. 텐센트의 위뱅크와 앤트그룹의 마이뱅크는 2015년 출범한 중국의 민영 인터넷 은행이다. 간편결제 시장에선 알리페이(알리바바)와 위챗페이(텐센트) 시장점유율이 95%가 넘는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준비중인 디지털화폐전자결제(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 사업도 알리바바·텐센트 산하 디지털 금융 서비스들이 적극 참여 예정.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1월 유튜브에서 “중국은 사실 세계에서 (핀테크 관련) 규제가 제일 완화된, 가장 규제가 없는 나라”라고 평가하기도.

5. '로빈후드'의 정체는...

·게임처럼 투자=금융 몰라 당했다? : 로빈후드 앱은 ‘의적’일까, 개미를 부추긴 ‘도적’일까. 최근 미국에선 로빈후드가 1월 게임스톱 사태 당시 증권사로부터 돈을 받고 시장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로빈후드가 공매도 기관들의 매수는 허용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는 제한했기 때문. “대형 기관들의 투자금에 수익을 의존하는 로빈후드가 결국 헤지펀드 눈치를 본 거 아니냐”는 MZ세대의 비난이 쏟아졌다. 로빈후드는 이같은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소셜미디어, 방아쇠 : 글로벌 MZ세대들은 유튜브·레딧 등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투자 정보를 얻는 편. 레딧 안의 주식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WSB)'의 영향력은 이번 게임스톱 사태 때도 증명됐다. 이들 커뮤니티의 ‘빅 마우스’들이 돈의 흐름을 좌지우지한 것. ‘로어링 키티’(구독자 45만명)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키스 질, 억만장자 벤처투자가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소셜캐피털 CEO 등이 미국 MZ세대 투자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돈을 움직였다. 보험사 마케팅 직원 출신인 질은 게임스톱 사태 때 ‘개미’의 반란을 이끌며 한때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지금은 주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자유로운 거래’를 외치던 로빈후드가 개미들의 게임스톱 거래를 제한한 것을 두고 “나이를 잘못 먹었다”고 꼬집는 밈. [트위터 캡처]

‘자유로운 거래’를 외치던 로빈후드가 개미들의 게임스톱 거래를 제한한 것을 두고 “나이를 잘못 먹었다”고 꼬집는 밈. [트위터 캡처]

6. 한국에선 이런 논란

·쭉정이 걸러내기 : P2P(온라인 대출 중개) 테라펀딩 투자자 600명은 지난달 “투자 상품 원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않았다”며 테라펀딩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이 회사는 공격적인 대출 영업으로 누적대출액 기준 국내 1위에 올랐다. P2P 통계 사이트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1일 기준 P2P 금융 연체율은 23%를 넘는 역대 최고치. P2P 금융을 제도화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하 온투법)이 지난해 8월말 시행됐지만, 아직은 유예기간이다. 올해 8월 이후엔 금융당국 심사를 통과한 공식 등록업체만 영업할 수 있다.

·금융 플랫폼 책임은 어디까지? : 테라펀딩 불똥은 토스에게까지 튀었다. 토스가 테라펀딩 상품을 중개했기 때문. 토스는 “광고만 해줬다”지만, 피해자들은 “토스가 투자 상품을 인증해줬다”고 본다. 실제로 토스가 광고하는 투자 상품을 클릭하면 P2P 홈페이지 가입 없이도 투자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최근 흐름으로 볼 때, 금융 플랫폼들의 중개 서비스 논란도 앞으로 중요해질 듯. 8월부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이 시행되면, P2P 상품을 제3 업체가 중개할 수 없다.

팩플팀 factp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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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와 투자가 처음인 미국 MZ세대들에게 친절하게 기본 개념을 설명해주는 사이트입니다. 부동산의 개념부터 순영업이익(NOI)·풋옵션과 같은 낯선 용어에 대한 설명도 해줍니다. 로빈후드 도서관에는 '20대가 됐는데 투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와 같은 궁금증에 대한 답변도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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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선호하는 재테크 기간은 '6개월~1년'이 가장 높다는 것과, 재테크 정보를 가장 많이 확보하는 곳이 '온라인 커뮤니티'(33.4%)인 점이 눈에 띕니다.

위 콘텐트는 3월 2일 발송된 팩플레터를 옮긴 것입니다. 팩플레터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테크 산업계 이슈와 정책, 주목할 만한 비즈니스 트렌드를 입체적으로 살펴 보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 팩플레터를 구독하시면 구독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팩플 서베이와 팩플 퀴즈 등 다양한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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