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는 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이 되면 19~29세 청년들에게 50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겠다. 30세부터 원금만 갚으면 된다”며 가칭 ‘출발자산’ 공약을 구체화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주택에 동의한다”(오세훈 전 서울시장) “서울형 기본소득을 준비중”(나경원 전 의원)이라는 야권 후보들의 입장 표명속에 박 후보가 준비한 카드다. 그는 “복지는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시대가 그렇게 가고 있다”며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복지가 화두가 될 거라 봤다.
중앙일보 인터뷰
전날(1일) 민주당 경선에서 69.56%를 득표, 우상호 의원(30.44%)을 큰 차이로 제친 데 대해선 “생각보다 압도적인 지지에 부담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 야권 단일화 이후 예상 경쟁 상대를 묻는 질문엔 “여론조사 상으로는 대략적으로 짐작이 가는 사람은 있지만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 경선 압승의 배경은 뭐라고 보나
- 민주당 당원(50%)들은 본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바람이 굉장히 강했던 것 같다. 일반시민(50%)의 경우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게 아닐까.
- 경선이 밋밋했다는 평가도 있다
- 코로나19라는 힘든 터널을 지나는 시점이다. 흥행보다는 시장과 시민들이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많은 분들이 원했을 수 있다.
“박원순, 복지 잘 했지만 장기플랜 미흡 평가”
이번 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때문에 비롯됐다. “귀책 사유가 있는 여당은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야당의 공세가 박 후보에겐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 박 전 시장 문제로 치러지는 선거인데…
- 그와 관련해서는 언론을 통해 몇 차례 사과했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여성들이 더 이상 억눌리지 않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서울시를 만들겠다.
- ‘박원순의 서울’ 10년을 점수로 매긴다면?
- 점수를 매길 순 없고 시민들이 평가할 거다. 시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복지 정책은 이전보다 잘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서울의 장기플랜 마련은 하려다가 중단된 상황이라 아쉽다.
- 복지 정책은 계승하겠다는 건가
- 그런 차원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 복지 강화로 가고 있다. 2008년 구로에 지역구 의원으로 처음 출마했을 때 국민의힘 쪽에선 ‘퍼주기’라며 복지 확대를 반대했던 기억이 난다. 만약 그때 민주당이 복지 어젠다를 밀고 나가지 않았다면 대혼란이 왔을 거다.
- 야당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이재명표 '기본시리즈'를 받아들이고 있다
- 기본소득 제도는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 19~29세 청년에게 50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출발자산’을 도입하겠다. 창업을 하든 집을 사든 묻지 않고 30세부터 원금만 갚으면 된다. 이자만 부담하면 되고 원금은 회수하기 때문에 서울시 재정부담도 크지 않다. 출발선에 선 청년들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 미래는 디지털+그린. 35층 규제는 풀어야”
박 후보는 ‘미완의 과제’라고 했던 서울 장기플랜과 관련 “서울의 미래는 ‘디지털+그린’에 있다”고 강조했다. 21분 도시 서울(서울을 21분 생활권의 21개 다핵도시로 재구성), 그린서울독립선언(녹지비율 40%) 공약이 중심이다.
- 시장이 되면 가장 중점을 두고 싶은 정책은
- 일단은 코로나19 종식이다. 그 다음은 21분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다. ‘21분 도시 서울’을 성공시키면 서울은 세계의 표준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인프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 깔린 서울의 강점을 살려 서울을 디지털경제 수도로 만들겠다.
- KS코인(서울형 디지털화폐)도 그런 구상의 연장선에 있나
- 그렇다. KS코인이 유통되면 소비자·소상공인의 소비 흐름을 관찰하고 정확한 정책을 쓸 수 있다. 지급·송금 수수료 무료화로 결제시스템 혁명도 일어날 거다.
- 여의도 공원 ‘수직정원’ 공약을 두고는 흉물이 될 거란 우려도 있다
- 지금은 거의 버려진 공원이다. 나무도 비실비실하고 사람도 잘 못들어간다. 그런 곳에 상징적인 수직정원 개념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거다. 나머지는 기존 빌딩을 리모델링해 녹지를 꾸미거나, 도시숲길을 만들겠다.
- 강남 아파트 재건축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아파트만 짓는 시대는 지나갔다. 21분 도시 생활권 개념에 맞게 공공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주민들과 대화하겠다. 물론 재건축하는 이들이 손해 보지 않는 게 원칙이다. 단지마다 요구사항이 다른데,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35층 고층제한 규제 등은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부동산 관련 세금이 OECD 평균에 비해 2배 많다는 주장도 있다
- 세금이란 건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 아니냐. 부동산 세금만 딱 떼서 해외와 비교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野, 도쿄 아파트 왜 샀는지 알고 말하는건지…”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 변수로 거론되는 야권 단일화에 대해 박 후보는 “미완의 단일화인 만큼 언급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일본 도쿄 아파트 소유 등에 대한 야권 공세를 두고는 “원인은 알고 지적하는지 모르겠다”고 적극 반박했다.
- 여권 단일화 찬성 입장은 그대로인가
- 그렇다. 민주당·열린민주당·시대전환은 뿌리·가치관이 같은 당이다. 단일화 하는 게 맞다. (득표상 실익에 대해서는) 거기까진 계산을 안 해봤다.
- 야권의 공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나
- 야당 후보들이 저를 많이 공격하는 건, 제 공약이 그들에게 아파서라는 느낌이 있다. ‘10분 내 공원’(나경원 전 의원) 같은 공약은 21분 도시, 그린서울과 흐름을 같이 한다.
- 도쿄 아파트도 매번 구설에 올랐다
- 야당에서 원인을 알고 지적하는 건지 모르겠다. 제가 BBK 문제를 제기하면서 남편이 직장에서 쫓겨났다. 이후 일본에서 일자리를 구하며 구매한 게 그 집이다.
박 후보는 최근 ‘K주사기’를 중기벤처부 장관 시절 업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숟가락 얹기 그만하라”는 야당 비판에 대해 그는 “내용을 잘 모르니 그냥 공격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후보는 “주사기 도입 당시 풍림파마텍 대표가 ①판매 ②대기업 기술 탈취 우려 ③투자금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장관으로서 판매와 기술탈취 우려는 걱정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그 주사기가 화이자 백신 조기 도입의 지렛대가 됐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