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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선거 없어도 이렇게까지 재난지원금 뿌리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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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총 19조5000억원의 4차 재난지원금 집행을 위한 추경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총 19조5000억원의 4차 재난지원금 집행을 위한 추경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서울·부산 시장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밀어붙이는 재난지원금 공세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합금지가 거듭되면서 1년간 고통이 가중된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하지만 어제 국무회의에서 19조5000억원 규모로 확정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보면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1년짜리 보궐선거 위해 총력전 펴는 여당 #졸속 지원으로 형평성 논란 끊이지 않아

이미 천문학적인 규모인데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20조원을 넘길지도 모르겠다”고 증액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권의 논의 과정에서 “이번 추경은 이낙연표(標)”라는 자화자찬까지 나왔다. 이번 재난지원금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지급되는지 알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지난해 총선 직후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 규모(14조3000억원)를 어떻게 뛰어넘게 됐는지를 보면 어처구니없다.

4차 재난지원금은 명칭이 선별 지원일 뿐, 온갖 명분과 꼼수를 동원해 거의 모든 자영업을 저인망식으로 포함했다.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업소가 대상이 됐고, 매출 규모도 10억원까지 확대됐다. 매출 10억원 규모 사업이 영세 자영업이라는 데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들 지원 대상자에게는 전기요금까지 합쳐 최대 650만원이 지원된다. 사업장이 여러 곳이면 최대 1000만원이 지원된다. 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를 비롯해 재난지원금의 ‘사각지대’라는 명분으로 200만 명에게 최대 100만원이 지원된다. 졸속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다 보니 곳곳에서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지원 대상 690만 명을 3인 가족으로만 쳐도 국민 2100만 명에게 혜택이 미친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는 대상자가 많다. 야당에서 “매표행위나 다름없고, 나랏빚으로 선거를 치르는 격”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비교해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은 납세 실적을 근거로 실손 규모에 따라 지원금이 나간다. 형평성은 물론 경기 부양의 효과가 높아진다. 이에 비해 한국은 매출액 증감과 업종별 차이는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 아직 2, 3차 재난지원금이 집행되지 않은 곳이 많은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지원금을 3월 중 지급하라”며 속도전을 주문하고 있다.

나라 곳간은 바닥까지 긁어냈다. 재원 조달을 위해 9조9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고 세계잉여금·기금 재원까지 끌어 쓴다. 과연 박원순·오거돈 두 전직 시장의 성희롱 범죄로 비롯된 1년짜리 보궐선거를 위해 이렇게까지 나랏돈을 뿌려야 하나. 28조원이 소요되는 가덕도 신공항 법까지 밀어붙인 마당 아닌가. 나랏빚이 1000조원으로 불어나게 됐지만 갚을 방법은 오리무중이다. 상환 방법은 고민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