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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마친 KAIST 총장 “외풍 받는 자리…박수 받고 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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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지난달 4일 서울 동대문구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지난달 4일 서울 동대문구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달 22일 임기를 마친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16대 총장이 학생과 교직원에게 소회를 담은 e-메일을 보냈다.

물러난 KAIST 총장의 마지막 한 마디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지난 2월 4일 서울 동대문구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지난 2월 4일 서울 동대문구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신 전 총장은 “일독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지난달 26일 오후 6000여 자 분량의 e-메일을 보냈다. 그는 KAIST 총장이라는 자리가 외부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신 전 총장은 “KAIST 총장은 외풍을 많이 받는 자리이기에 임기를 온전히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의 말대로 로버트 러플린 제12대 총장과 서남표 제13·14대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 때문에 신 전 총장은 “지난 2년여에 걸친 어려움 속에서도 임기를 무사히 마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어려움이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8년 11월 그를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신 전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이던 2013년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에 부당하게 연구비를 지급하고 채용과정에서 비위 사실이 있었다며 KAIST 이사회에 총장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LBNL 법무팀은 유영민 당시 과기부 장관(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해명 서한을 보내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정부의 처사를 “정치적 숙청이라는 의심을 받는다”고 게재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해 8월 신 전 총장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지난 2018년 KAIST 명예교수 79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신성철 KAIST 총장 직무정지 부당 탄원서. [청와대 캡쳐]

지난 2018년 KAIST 명예교수 79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신성철 KAIST 총장 직무정지 부당 탄원서. [청와대 캡쳐]

신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문이면서 영남대 이사를 지냈다. 당시 사태를 회고하며 신 전 총장은 “어려움을 겪을 때 저를 믿고 탄원서에 서명한 KAIST 교수님과 수많은 과학기술계 관계자의 은혜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 AI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에 앞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신성철 KAIST 총장과 차담을 갖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 AI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에 앞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신성철 KAIST 총장과 차담을 갖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그는 총장 재직 중 2000여 억원의 발전기금을 유치했다. e-메일에서 신 전 총장은 “(발전기금을 마련하려고) 자존심도 버리고 발품을 팔았다”고 회고했다. 이 과정에서 “‘신 총장과 식사하려면 최소 1억원은 준비해야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는 후일담도 털어놨다.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에서 신성철 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 회장은 부동산을 출연해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을 설립했다. 뉴스1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에서 신성철 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 회장은 부동산을 출연해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을 설립했다. 뉴스1

대표적인 인물이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다. 두 사람은 각각 766억원, 500억원을 KAIST에 기부했다. 신 전 총장은 “이들이 고액을 기부한 이유는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이 KAIST에 있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벨과학상 수상보다 쉬워 보여 대학 총장의 길을 택했는데, 그 길도 만만치 않았다.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돼 기쁜 마음으로 떠난다”고 덧붙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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