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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복원중…576칸 수원 화성행궁, 내년 6월 완공

중앙일보

입력

수원 화성행궁 전경. 비어있는 옆 부지가 복원 대상이다. 수원시

수원 화성행궁 전경. 비어있는 옆 부지가 복원 대상이다. 수원시

정조대왕이 세운 화성행궁이 이르면 내년 6월까지 복원될 전망이다. 1989년 시작된 사업은 민가와 학교 이전 등에 시간이 걸리면서 결과적으로 33년 넘는 ‘대역사’가 됐다.

수원시 화성사업소는 2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에 대한 복원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2차 복원 계획을 밝혔다. 화성행궁의 577칸 중 남은 94칸은 내년까지 복원되고 단절된 성벽도 2030년까지 연결된다. 화성행궁 인근에 있는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엔 대규모 한옥 체험마을도 조성된다.

수원시는 복원 작업이 진행되는 지역(팔달구 남수동과 지동 일대 2만6915㎡)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화성과 행궁을 225년 전 축성(築城) 당시 모습에 가깝게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예산으로 총 571억원이 투입된다.

『화성성역의궤』바탕 원형 복원

행궁은 왕이 머물던 임시 처소다. 화성 축조 과정이 기록된 『화성성역의궤』에 따르면 화성행궁은 총 577칸 규모의 정궁(正宮) 형태다. 하지만 1단계 복원사업(1995년~2003년) 당시엔 왕의 처소 등 482칸만 복원됐다.

이번 2차 복원에선 관리들이 묵던 우화관(于華館)과 융릉(정조대왕의 아버지인 사도세자 무덤)에 제사를 지내기 위한 물품을 관리하던 별주(別廚) 등 94칸이 건설된다.

화성성역의궤에 기록된 화성행궁 모습. 주황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2차 복원되는 곳이다. 수원시 화성사업소

화성성역의궤에 기록된 화성행궁 모습. 주황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2차 복원되는 곳이다. 수원시 화성사업소

도시개발로 끊어진 화성 성곽도 모두 이어질 전망이다. 수원시는 2030년까지 창룡문에서 동남각루에 이르는 성벽 복원·정비 작업을 벌인다. 2013년 이미 지정된 지동문화재보호구역(1만3520㎡)와 연계해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축성 당시 지형을 복원할 예정이다.

특히 『화성성역의궤』에 기록된 기초자료 등을 바탕으로 원형에 가까운 복원을 추진한다. 수원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화성성역의궤는 당시 사용된 물품의 종류와 수, 과정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기 때문에 원형 복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화성·화성행궁 복원과 함께 조성되는 한옥 체험마을에는 체험이 가능한 공공 한옥과 2600㎡ 부지에 60여명이 숙박할 수 있는 한옥 13개 동을 지을 계획이다. 체험마을은 올해 설계를 마치고 공사를 시작해 내년쯤 준공한다. 인근에 있는 수원화성박물관과 수원시복합미디어센터 등과 연계해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특화지역으로 만들기로 했다.

한옥체험마을 조성되는 남수동 일원. 수원시

한옥체험마을 조성되는 남수동 일원. 수원시

한옥 건축·수선 지원사업도 펼친다. 수원화성지구단위계획구역(2.24㎢) 내에 한옥을 신축하는 시민에겐 8000만원, 한옥촉진지역인 신풍동, 장안동 일대에 한옥을 지으면 최대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한옥 건축물 전면 수선비용도 최대 1억1000만원을 지원한다. 수원시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22채의 한옥에 보조금을 지원했다.

종합병원, 116년 된 초등학교도 물리치고 추진

화성·화성행궁 복원은 수원시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행궁 건물이 헐려 나가는 등 심하게 훼손됐다. 수원시민들은 1989년 10월 '화성행궁 복원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복원을 추진했다. 행궁 부지에 들어서기로 했던 수원의료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는 등 ‘실력 행사’에도 나섰다.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수원 남수동과 지동 일대. 수원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수원 남수동과 지동 일대. 수원시

그러나, 행궁 부지에 이미 들어선 민가와 초등학교가 문제였다. 특히 해당 부지에 있던 신풍초등학교는 116년 역사를 지닌 곳으로 동문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컸다. 이에 수원시는 2003년 1단계 사업을 완료한 뒤 단계별로 행궁을 복원하기로 했다. 2013년 신풍초등학교를 광교신도시로 옮기기로 하고 학생들이 분산 수용될 3개 학교에는 교육환경개선사업 등으로 75억원을 투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행궁 주변 주민들에 대한 보상 작업도 거쳤다.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내년 화성행궁 복원이 끝나면 사업 추진 33년 만에 마무리되는 것"이라며 "행궁 복원 등이 끝나면 수원시는 '역사 도시'로 한 발 더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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