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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4종 확보 중국, 첨단바이오 추가 개발까지…코로나 백신 자체개발 무한경쟁 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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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백신 개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는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백신 개발로 기업이나 국가가 능력을 인정받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바이오 시장의 장악력을 키우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뉴욕타임스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1일 현재 긴급 사용승인 등을 받아 1개 이상 국가나 지역에서 일반 접종이 가능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품목은 모두 12종이다.

현재 미·영·독·러·중 백신 12개 출시 #조기 개발 백신 물량부족에 시장 열려 #백신 71품목 새롭게 임상시험 진행 #G7과 한·호·이스라엘·일본 개발 치열 #이미 4종 승인 中, 신기술 백신 시도 #이란·쿠바·베트남·방글라데시까지 나서 #백신 능력이 국력 잣대로 자리 잡아 #포스트코로나 바이오 놓고 열띤 경쟁 #백신 기술, 항암·유전자치료 등 응용 #기술혁신으로 의약품·보건의료 도약

쿠바 핀레이 백신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해 임상시험 중인 소베라나 2 백신. 쿠바 수도 아바나의 분자공학센터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쿠바 핀레이 백신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해 임상시험 중인 소베라나 2 백신. 쿠바 수도 아바나의 분자공학센터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코로나 백신, 5개 기술로 12품목 나와

적용 기술별로 분류하면 크게 다섯 가지다. 미국·독일의 화이자·바이오앤테크와 미국의 모더나가 적용한 mRNA 기술은 이번에 처음으로 백신 개발에 적용됐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가말레야)와 스웨덴·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존슨앤드존슨(J&J), 중국 칸시노는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 기술을 활용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사멸해 접종하는 고전적인 불활성화 기술은 중국의 시노팜 베이징연구소, 시노팜 우한연구소, 시노백과 함께 러시아의 코비백과 인도의 바라트가 사용했다. 펩타이드 백신으론 러시아의 에피백 한 품목이 있다. 미국·독일·영국·스웨덴·러시아·중국·인도가 개발한 이들 품목은 개발·출시 시기로 볼 때 주류 백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병원에서 지난 2월 9일 의료 종사자가 러시아에서 수입한 스푸트니크V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이란은 이와는 별도로 이슬람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백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냈다. EPA=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병원에서 지난 2월 9일 의료 종사자가 러시아에서 수입한 스푸트니크V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이란은 이와는 별도로 이슬람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백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냈다. EPA=연합뉴스

G7과 중견 국가에 개도국까지 백신 개발  

백신 개발로 코로나19를 극복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강대국·선진국에 국한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 영국의 런던보건대학원, 뉴욕타임스(NYT) 백신 트래커, 독일 국제방송 DW, 의학학술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 등을 종합하면 세계 각국은 백신 자체 개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7개국(G7)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와 중견 국가인 한국·호주·이스라엘 외에 개발도상국인 쿠바·이란·베트남·방글라데시까지 가세하고 있다. 현재 선두주자인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의 공급 물량이 부족하고 부자나라의 사재기가 심각하자 백신 후발주자에게도 기회가 활짝 열린 것도 한몫하고 있다.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지난 2월 26일 예루살렘의 다마스쿠스 문 근처에 이스라엘 당국이 운영하는 이동 백신 접총 차량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접종 받고 나오고 있다. 뒤에 다른 사람들이 접종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이스라엘은 화이자 백신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자체 백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지난 2월 26일 예루살렘의 다마스쿠스 문 근처에 이스라엘 당국이 운영하는 이동 백신 접총 차량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접종 받고 나오고 있다. 뒤에 다른 사람들이 접종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이스라엘은 화이자 백신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자체 백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바백스·큐어백·ZF2001·GSK 3상 임상

1일 뉴욕타임스(NYT)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현재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71종이며 그중 20종은 마지막 단계인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간을 상대로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의 1상에선 소규모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필요 용량을 알아보고, 2상에선 규모를 늘려 안전성을 확인하며, 3상에선 대규모 시험군을 상대로 유효성을 검증한다. 임상시험 전 단계로 동물실험을 통해 후보 물질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 동물 실험이다. 현재 최소한 78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후보 물질이 동물 실험 단계에 있다. 백신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초기 단계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있는 제약회사 인셉타의 백신 공장. 이 업체는 해외 백신의 위탁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개도국이지만 자체 백신 개발에도 나섰다. AP=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있는 제약회사 인셉타의 백신 공장. 이 업체는 해외 백신의 위탁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개도국이지만 자체 백신 개발에도 나섰다. AP=연합뉴스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4개의 품목은 결과가 좋을 경우 가장 먼저 접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 미국의 노바백스가 개발 중인 노바백스 백신과 중국 바이오업체 안후이지페이룽커마(安徽智飛龍科馬)가 개발 중인 ZF2001 백신은 특이항원 추출이라는 동일 기술을 적용했다. 특이항원 백신(서브유닛 백신)은 바이러스 구성 성분 중 면역 기능을 일으킬 수 있는 항원성분을 추출해 제조한다.
독일 바이오사인 큐어백이 개발 중인 큐어백 백신은 RNA 기술을 적용했으며, 인도 제약사 카딜라는 항원을 구성하는 설계도인 DNA를 백신으로 사용하는 플라스마 DNA 백신이다. 여기에 더해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캐나다의 메디카고는 바이러스 유사물질을 이용한 재조합 백신을 개발 중으로 임상 2상과 3상을 동시 진행 중이다. 여기까지가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품목이다.

한국에선 6종 임상시험 승인

한국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 2건, 제넥신·진원생명과학·셀리드가 각각 1건의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여기에 유엔개발계획(UNDP)가 설립해 한국에 본부가 있는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가 국제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지원으로 미국 바이오 업체 이노비오의 개발한 코로나 백신의 1·2상 임상시험을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 코로나19 백신 선행 접종이 시작된 17일 도쿄 메구로(目黑)구에 소재한 국립병원기구 도쿄의료센터의 아라키 가즈히로 원장(왼쪽)이 일본 내 첫 번째 백신 접종 대상으로 선정돼 주사를 맞고 있다. 일본도 자체 백신의 개발에 나서 1상 임상시험 중이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코로나19 백신 선행 접종이 시작된 17일 도쿄 메구로(目黑)구에 소재한 국립병원기구 도쿄의료센터의 아라키 가즈히로 원장(왼쪽)이 일본 내 첫 번째 백신 접종 대상으로 선정돼 주사를 맞고 있다. 일본도 자체 백신의 개발에 나서 1상 임상시험 중이다. [연합뉴스]

이스라엘 생물연구소(IIBR)는 재조합 백신인 IIBR-100의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의 나노젠은 특이항원 추출방식으로 나노 코백스라는 백신의 2상 시험을 하고 있다. 한국 업체도 투자했다.
일본은 한해 1260억 엔(약 1조3200억원)의 예산을 쓰는 국립기관인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의 지원으로 유전자 의약품 개발사인 안제스가 플라스미드 DNA 백신인 AG0301의 1의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제약 강국인 이탈리아에선 바이오 기업인 타키스와 로타팜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백신이 2월 10일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지난해 6월 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개발을 진행해왔다고 이탈리아 ANSA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월 16일 중국 배이징의 창고에 시노팜 백신이 적재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16일 중국 배이징의 창고에 시노팜 백신이 적재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 4종 승인 중국, 첨단백신 개발 나서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31일 시노팜(중국의약그룹) 베이징연구소 백신에 이어 2월 6일에는 시노백 백신도 조건부 승인을 했다. 지난 2월 25일에는 시노팜 우한(武漢) 바이오제품연구소와 캔시노바이오가 신청한 백신의 일반 사용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로써 중국은 모두 4종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 캔시노 제품은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 전달체 백신이며 나머지 3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사멸 처리해 접종하는 불활성화 백신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첨단 바이오 기술을 적용한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이항원 추출기술을 적용한 ZF2001 외에도 인민해방군은 왈박스 바이오테크와 함께 R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다른 바이오 업체들은 전달체 기술을 응용한 백신을 2종 개발 중이다. 지난 2월 18일 선전의 캉타이 바이올로지컬 프로덕츠(康泰生物)가 백신의 2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NYT가 보도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병원에서 지난 2월 9일 근무자가 백신을 맞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병원에서 지난 2월 9일 근무자가 백신을 맞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슬람권에선 이란이 백신 개발 나서

중동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낸 이란에서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독일 국제방송 DW가 보도했다. DW는 이란에서 지금까지 140만 명 이상의 확진자와 5만8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12월 29일 자체 개발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의 1상 임상시험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2월 7일에는 두 번째 후보물질도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 백신 후보물질은 이란 국영 제약사인 바레카트의 자회사인 시파 파메드에서 개발했다. 이 회사는 페니실린을 비롯한 항생제를 생산해왔다. 알자지라 방송은 2월 4일 이란이 러시아의 가말레야(스푸트니크V) 백신 1만 회분을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외 도입과 자체 개발의 두 트랙을 동시에 밟고 있는 셈이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있는 유전공학 및 바이오테크놀로지 센터에서 지난 2월 25일 한 과학자가 쿠바가 자체 개발한 실험용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인 압달라와 관련한 실험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있는 유전공학 및 바이오테크놀로지 센터에서 지난 2월 25일 한 과학자가 쿠바가 자체 개발한 실험용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인 압달라와 관련한 실험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쿠바도 백신 개발해 3상 임상시험

쿠바의 유전공학·바이오테크놀로지 센터(CIGB)가 개발 중인 아브달라 백신(CIGB66)이 2월 1일 2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의학 학술지인 브리디시 메디컬 저널(BMJ)이 다음날 공개했다. BMJ는 쿠바 당국이 보내온 편지를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이 백신 후보물질은 지난해 12월 7일 1상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며, 그 결과 이를 2차례 접종했을 경우 면역물질이 순조롭게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티아고 데 쿠바에 있는 사투르니노 로라 병원에서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편지는 밝혔다.

인도 방갈로르의 한 병원에서 3월 1일 근무자가 자국에서 제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인도는 코 안에 뿌리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 방갈로르의 한 병원에서 3월 1일 근무자가 자국에서 제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인도는 코 안에 뿌리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에선 코안에 뿌리는 백신 개발 중

인도에선 주사 대신 코안에 약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접종하는 비강 스프레이 백신 2품목이 1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인도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지난 1월 12일 세계 최대 규모의 백신 생산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가 바이오기업인 코다제닉스와 공동 개발한 비강 스프레이 백신의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2월 16일에는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또 다른 비강 스프레이 백신의 1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에선 글로브 바이오테크가 자체 개발한 방가백스의 1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방글라데시는 2020년 국제통화기금(IMF) 명목 금액 추정치를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88달러이며 베트남은 3498달러, 이란은 7257달러다. 쿠바는 2018년 세계은행(WB) 통계로 8822달러다. 속도에서 차이가 날 뿐 백신 개발이 부자나라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촬영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실제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촬영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실제 모습. [AP=연합뉴스]

포스트 코로나 바이오 경쟁 시작

코로나 사태 속에서 백신 개발로 기술과 마케팅 경험·노하우를 축적하고 기업과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바이오 시장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코로나 백신 개발에서 적용한 mRNA,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 특이항원 추출, 플라스미드 DNA 등 기술은 앞으로 감염 질환은 물론 항암제와 유전자 치료제를 비롯한 다양한 용도에 적용이 가능하다. 코로나로 인한 암울한 시대를 바이오 기술의 도약으로 건강 장수 시대를 여는 기회로 활용하는 셈이다. 바이오 기술과 백신 능력은 앞으로 국제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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