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2만t, 영암 1만t…아직도 전국 27만t ‘쓰레기산’

중앙일보

입력 2021.03.02 00:03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달 17일 충북 진천군 문백면 사양리 우경마을. 민가에서 1㎞ 떨어진 산속 공터에 들어서자 7m 높이의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보였다. 폐허가 된 폐기물 처리업체의 사업장 1만250㎡에 쓰레기 2만3000t이 2년 넘게 방치된 현장이었다. 이동수(58) 우경마을 이장은 “쓰레기 업체가 약 20일 동안 주민들 몰래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쌓아둔 뒤 치우지 않고 있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싼값에 처리” 속이고 불법투기 여전
2년간 1200억원 들여 134만t 치워
“처리업장 허가 뒤 정기적 감독해야”

진천군은 해당 업체가 사업 추진 당시 맡긴 보증금 3억5000여만원으로 쓰레기 1400여t을 처리했다. 하지만 남은 쓰레기를 모두 치우려면 60억원 정도의 예산을 추가로 써야 할 상황이다. 진천군은 "일단 올해 정부예산 9억원과 군비 3억5000만원을 들여 일부라도 쓰레기를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전남 영암군 삼호읍의 한 야산에 불법폐기물 1만1000t이 쌓여 있다. 영암군이 쓰레기 4000t을 치웠지만, 예산이 부족해 쓰레기산이 남아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4일 전남 영암군 삼호읍의 한 야산에 불법폐기물 1만1000t이 쌓여 있다. 영암군이 쓰레기 4000t을 치웠지만, 예산이 부족해 쓰레기산이 남아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국 곳곳이 방치된 불법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쓰레기를 "싼값에 처리해주겠다”고 속인 뒤 대량의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는 사례가 잇따라서다.

1일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2월 전수조사 당시 전국에 불법 방치된 쓰레기는 120만3000t(235곳)에 달했다. 지난해 12월까지 진행한 추가 조사에서는 41만3000t(172곳)의 불법 폐기물이 또 발견됐다. 환경부는 당시 경북 의성 ‘쓰레기 산’ 사태가 발생한 후 1200억원을 들여 불법 폐기물 134만3000t을 치웠으나, 27만3000t의 불법 폐기물이 쌓여있다. 해당 쓰레기 수거를 위해 올해 60억원의 국민 세금이 추가로 투입된다.

경북 의성 쓰레기산은 국내 대표적인 불법 폐기물 방치 사례다. 허가량(2157t)보다 96배나 많은 20만8000여t의 쓰레기를 들여온 뒤 방치하면서 미국 CNN까지 보도될 정도로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 등은 불법 폐기물 관리를 강화했으나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남 영암군은 2019년 3월 삼호읍 서호리의 한 야산에 폐합성수지와 폐금속류 1만5000t이 불법 투기된 사실을 확인하고 업체 이사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불법폐기물 발생 현황

불법폐기물 발생 현황

문제는 불법 폐기물이 환경 문제 외에도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영암군은 서호리 불법 폐기물 처리비용이 1t당 35만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쓰레기 1만5000t을 처리하기 위해선 52억5000만원이 들지만 예산이 없어 현재까지 4000t만 처리한 상태다.

쓰레기산에서 화재가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영암의 경우 2019년 7, 8월 불법 폐기물 더미에서 발생한 산화열 때문에 5차례 넘게 불이 났다. 지난해 3월에는 일주일이 넘도록 불이 계속되기도 했다.

불법 폐기물 투기는 주로 인적이 드문 곳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울산 울주군에서는 한 폐기물 처리업자가 농지를 빌려 알루미늄 가루 500t을 불법 투기했다가 적발됐다. 지난달 8일 울산 북구의 한 마을 공터에는 하루 만에 갑자기 7t의 불법 쓰레기 더미가 쌓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폐기물 배출부터 운반·처분에 이르는 과정 전반에 걸쳐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대다수 지자체가 폐기물 처리업장에 허가를 내준 뒤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며 "폐기물 반입량과 처리량이 일치하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묻을 땅 없고 태우는 비용은 점점 올라…쓰레기 불법투기, 오히려 늘어
1t 소각 비용 4년새 15만→25만원

폐기물 불법 투기는 낮은 단가에 폐기물을 처리하려는 배출자와 수익을 쫓는 브로커들의 공모로 이뤄진다. 폐기물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매립지와 소각장은 포화 상태인 점을 노린 불법 행위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5년 하루 41만8214t이던 폐기물 발생량은 2019년 49만7238t으로 18.8% 증가했다. 소각시설과 매립시설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증축이나 신설이 어렵기 때문에 쓰레기 처리 문제는 날로 심화되는 추세다. 한 폐기물업체 대표는 “가연성폐기물의 경우 1t당 처리비용이 2017년 15만원 정도에서 최근 25만원까지 올랐다”며 “시세보다 30% 정도 싸게 단가를 제시한 뒤 돈만 받고 무단으로 투기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쓰레기 무단 투기꾼은 폐기물 확보 브로커, 운반책, 토지 임대차계약, 현장 관리, 자금 조달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현장 관리자가 쓰레기를 투기할 외진 장소를 물색하고, 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에 접촉을 시도한다. 토지주는 놀고 있는 땅을 수백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큰 의심없이 땅을 빌려준다. 충주시 불법투기감시단 이동효(61) 단장은 “기업형 불법 투기는 예전에 폐기물을 버렸던 장소나 빈 공장, 도로변, 하천, 외진 공터 등 취약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이 강하다”고 했다.

최종권 기자

진천·세종·영암·울산=최종권·박진호·진창일·백경서 기자 choig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