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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노스의 인화단결 배구, 선두 GS칼텍스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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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차상현

차상현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선수들은 차상현(47·사진) 감독을 ‘차노스(차상현+타노스)’라 부르곤 한다. 타노스는 영화 마블 시리즈에 나오는 빌런(악당)이다. 차 감독 인상이 타노스를 닮기도 했다. 타노스는 어벤저스 영웅들에 혼자서 맞서고, 손가락을 한 번 튕겨 인류 절반을 없애기도 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다. 별명만이 아니라, 강한 인상과 경상도(울산)식 억양, 흥분하면 높아지는 목소리 탓에, 차 감독은 ‘거칠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오해다. 차 감독은 섬세하다. 선수 시절 레프트 공격수였는데, 공격보다 수비에 강점이 있었다. 취미도 낚시다.

인상과 달리 섬세한 차상현 감독 #영입보다 육성 배구로 매년 성장 #1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도 기대

차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 세터 안혜진은 “감독님을 ‘저기요’라고 부른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선수들이 장난으로 반말 섞어 말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차 감독은 여고팀을 이끈 경험도 있다. 구단 동영상 계정 조회수(52만) 2위는 강소휘가 경기를 앞두고 차 감독 흰머리를 뽑는 동영상이다. 차 감독은 “일각에서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도 하는데, 그게 있는 그대로의 우리 팀 모습”이라고 말했다.

차 감독은 ‘밀당(밀고 당기기)’에도 능숙하다. 칭찬에 인색하다. 꼭 필요할 때만 한다. “차 감독이 활약에 대해 칭찬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선수는 “진짜요”라고 되묻곤 한다. 이소영은 “리시브 잘했다고 생각한 날에도 감독님은 칭찬을 안 하신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때때로 질책하는 척하며 귓속말로 격려한다.

그렇다고 GS칼텍스가 ‘하하호호’만 하는 팀은 아니다. 훈련 강도 세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팀이다. 경기 청평의 체육관에 코트가 2개 있다. 차 감독이 구단에 요청한 건데, 여러 선수가 대기하는 시간을 줄여 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차 감독은 “같은 시간에 더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 남의 집(강남대 체육관)을 빌려쓰던 시절에 비하면 환경이 아주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팀이 아니다. 젊은 선수를 키우고, 벤치 멤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과감한 트레이드도 자주 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차 감독이 처음 맡은 2016~17시즌 5위였지만 4위, 3위, 2위로 매년 한 계단씩 올라갔다. 이제 남은 건 1위뿐이다.

GS칼텍스가 지난달 28일 올 시즌 처음 선두로 올라섰다. 넉 달간 1위였던 흥국생명을 맞대결에서 꺾고 2위로 밀어냈다. 남은 3경기 결과에 따라 1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기대한다.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을 통해서가 아닌, 차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만든 성과다. 타노스와는 달리, 파괴가 아닌 (팀워크) 창조의 아이콘 차노스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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