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울산 골, 골, 골, 골, 골…홍염축구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강원전 선제골 직후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보이는 윤빛가람. 홍명보 감독에 첫 승을 선사했다. [뉴스1]

강원전 선제골 직후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보이는 윤빛가람. 홍명보 감독에 첫 승을 선사했다. [뉴스1]

봄을 알리는 장대비가 세차게 쏟아진 1일 울산 문수경기장. 전반 28분 프로축구 울산 현대 윤빛가람(31)이 강원FC 아크 정면에서 프리킥 키커로 나섰다. 숨을 고른 뒤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은 골대 오른쪽 구석, 이른바 ‘펠레 존’에 꽂혔다. 강원 선수 8명이 늘어서서 긴 벽을 쌓아봤지만, 공은 빈 곳을 정확히 파고들어 골망에 꽂혔다. ‘홍명보호’로 간판을 바꿔 단 울산의 올 시즌 첫 골이자, 첫 승을 이끈 득점포였다.

K리그1 홈 개막전 강원에 5-0승 #홍명보 감독 K리그 데뷔전 대승 #이적설 정리한 윤빛가람 맹활약 #"19년만의 K리그, 따뜻한 느낌"

울산은 이날 열린 K리그1 2021시즌 1라운드 홈 경기에서 강원에 5-0으로 대승을 거뒀다. 전반 윤빛가람의 선제골이 기폭제가 됐다. 득점 직후 윤빛가람은 활짝 웃으며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홍명보(52) 울산 감독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울산은 후반 9분 세트피스 후속 상황에서 수비수 김기희(32)의 추가골로 스코어를 벌렸다. 후반 12분 이동준(24)이 한 골을 보탰고, 19분과 26분에 김인성(32)이 멀티골을 추가했다. 울산은 상위권 순위 싸움의 다크호스로 꼽혔던 강원을 압도하며 우승 후보다운 경쟁력을 입증했다.

두 팀의 천적 관계도 이어졌다. 울산은 2012년 7월 15일 강원에 2-1 승리 이후 이어 온 무패 행진을 17경기(14승3무)로 늘렸다. 무려 9년째다. 강원전 6연승이다. 경기 전 김병수(51) 강원 감독이 “지난해 울산에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한을 풀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홍염 축구(빨간 불꽃 같은 공격축구)’를 표방한 울산의 골 퍼레이드를 멈추지 못했다. 강원은 후반 8분 주장 겸 핵심 수비수 임채민(31)이 퇴장당한 게 뼈아팠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에게 윤빛가람은 ‘양날의 검’이었다.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4골·3도움으로 팀을 아시아 정상으로 이끈 전력의 핵이지만, 연봉 폭등으로 고민도 안겼다. 중동과 중국 여러 클럽이 거액 연봉을 제시했다. 선수 쪽 관계자는 “제시 연봉이 200만 유로(27억원)까지 뛰었다. 기존 연봉(10억6500만원)의 세 배 가까운 거액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흔들릴 만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핵심 선수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신임 홍명보 감독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윤빛가람을 새 시즌 전술 구상에 포함해야할지, 제외해야 할지, 모호한 상황이 이어졌다. 홍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다. 선수와 마주 앉아 심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눴다. 홍 감독은 “마음과 구단의 비전을 공유했다. 이를 통해 (윤빛)가람이한테 팀 잔류를 약속받았다. 최근 또 중국행 소문이 돌았지만, 이제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은 윤빛가람은 무섭게 집중했다. 선제골 이후 공격포인트를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공격 흐름을 조율하며 울산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해냈다.

홍 감독은 이날 경기 내내 벤치에 머무르지 않고 비를 흠뻑 맞으며 그라운드 바로 옆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경기 후 홍 감독은 "비를 맞아가며 열심히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면서 "K리그에 19년 만에 돌아왔다. 입었던 유니폼의 색깔은 다르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매우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