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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 7560자 중 4290자 K방역 할애…“일제, 스페인 독감서 못 지켜줘 14만 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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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의 가장 많은 분량을 코로나19에 할애하며 이른바 ‘K방역’의 성과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 “코로나 극복 원동력은 #100년 전 의료인 헌신·희생서 비롯” #국민의힘 “이번에도 K방역 자찬”

특히 “오늘 우리가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는 힘이 100년 전 우리 의료인들의 헌신과 희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방역의 공을 의료진에 돌렸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1918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스페인 독감을 거론하며 “일제는 식민지 백성을 전염병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조선에서 14만 명 이상이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다. 문 대통령은 “척박한 의료 현실 속에서 의학도들은 3·1독립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평가했다. 1919년 조선을 휩쓴 콜레라도 거론하며 “의사와 간호사, 한의사가 전력을 다해 환자를 치료했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헌신’은 이번 기념사에서 방점이 찍힌 키워드 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진들 노력으로 코로나와의 기나긴 싸움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기념식 마지막 순서는 만세삼창이었는데, 의과대학·간호학과 재학생 등 예비 의료인 6명이 선창하며 주목받는 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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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7560자 분량의 기념사에서 K방역의 성과와 경제성장 평가, 그리고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제안에 담긴 내용에 전체의 절반이 넘는 약 4290자가 할애됐다. 야당은 “그 긴 3·1절 기념사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언급은 한 번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이번에도 빼놓지 않은 K방역 자화자찬과 뜬금없는 북한의 방역협력제를 촉구했다”며 “불행한 과거마저 현재를 위해 활용하는 정권에는 신뢰가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념식엔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영상을 통해 낭독했다. 이어 영상을 통해 스포츠 선수 170여 명이 애국가를 함께 불렀다. 축구선수 황의조(지롱뎅 드 보르도)·이강인(발렌시아), 미국 PGA 골프선수 최경주·임성재, 배구선수 윤봉우(울프독스 나고야) 등이 함께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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