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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3일간 겨우 2만1177명?…'거북이 접종' 이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흘째인 지난달 28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765명이 백신을 맞았다. 국내 백신 접종자는 첫날(26일) 1만9127명, 둘째날(27일) 1285명을 더해 총 2만1177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인구(5천200만명 기준) 대비 접종률은 0.041%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백신 접종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AZ(78만명분)ㆍ화이자 백신(5만8500만명분) 물량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 백신 모두 온전한 면역력을 얻기 위해서는 2차례 접종이 필요하고, 현재는 1차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누적 접종자는 2만613명, 화이자 백신 누적 접종자는 564명이다. AZ접종 대상자는 전날 기준으로 전국 요양병원, 요양시설, 정신요양ㆍ재활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ㆍ입소자 및 종사자 31만161명이다. 대상자 대비 접종률은 6.65%다. 화이자 접종 대상자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과 생활치료센터의 의료진ㆍ종사자 5만6천170명으로, 접종률은 1.0%다.

접종 첫날인 26일과 비교하면 둘째날과 셋째날 접종자가 확 줄어든 것은 주말ㆍ휴일의 영향으로 보인다. 대부분 자체 접종을 하는 요양병원의 접종이 본격 시작되지 않았고, 방문 접종이나 센터 접종을 하는 요양시설은 평일로 접종 날짜를 잡아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주말 요양병원ㆍ요양시설의 근무자가 줄어 접종자도 줄어든다. 요양시설은 이상반응이 생길 경우 대처를 고려해 접종 날짜를 병원 진료가 편한 평일로 잡은 곳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접종 첫 주는 서울 종로구 중앙접종센터에서만 접종한다. 이어 2주차에 전국 5곳 접종센터, 3주차엔 코로나19 전담치료기관 자체 접종 식으로 순차적 확대하기로 했다. 해동-희석-접종 방식이 까다로운 화이자 백신 특성상 단계적으로 접종을 확대하면서 접종법을 교육한다는 것이다.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한 코로나19 전담병원 관계자는 “당초 지난달 27일 우리 병원 접종날로 알고 준비했는데 이틀 전에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화이자 접종법 교육 때문이라고 들었다. 이달 8~9일쯤 접종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조은희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교육지침지원관은 “정부가 공개한 접종계획에 따라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독감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를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독감 백신은 전국 동네의원에서 전방위 접종을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도입 초기라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이달 내 AZ백신 78만명분, 화이자 5.85만명분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3월 말 화이자 백시 50만명분이 추가로 들어오고, 일선 접종센터와 의료기관 접종 의료진이 숙달되면 접종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거로 기대하고 있다. 6월 요양병원ㆍ요양원 거주자, 코로나19전담의료진등 최우선 접종 대상자 접종을 마치면 7월부터 일반 국민 대상 접종이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우리가 백신을 쌓아두고 접종하는 게 아니지 않나. 접종 속도는 공급량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들어오게 될 물량을 감안하면 속도가 늦다고 보지않는다”라고 말했다.

전병률 차의과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금은 속도전보다는 안전성에 신경 쓰며 국민 신뢰를 쌓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접종 초기니까, 추가로 백신이 들어올 때까지 기간이 있는 만큼 충분히 안전성에 염두를 두고 접종 실시하고, 접종 기관도 충분한 훈련 시간을 주는 게 맞다”라며 “그런 식으로 접종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하는 게 초기 단계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초기 한두 달 이후에는 백신 도입을 앞당겨서 집중적으로 접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백신의 효과가 6개월 남짓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접종하는 사람과 4분기 접종자 간의 면역력 격차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2~3월 접종자는 오는 가을 재접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마상혁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최대한 많은 백신을 몇달 내에 집중적으로 맞아야 한다. 국민들 접종 시기가 너무 퍼지면 곤란하다”라며 “전세계적으로 백신 물량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우리 정부도 백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스더ㆍ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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