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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바쳐 운영했는데···배우 이용녀 유기견 보호소 화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배우 이용녀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포천의 유기견 보호소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1일 배우 이용녀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포천의 유기견 보호소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2003년부터 해마다 최대 100마리의 유기견‧유기묘를 구해 돌봐온 배우 이용녀씨의 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온라인 등에서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싶다는 이들의 문의가 줄잇고 있다.

1일 경기 포천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자정쯤 이씨가 운영하던 경기도 포천의 유기견 보호소에서 불이 나 2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보호 중이던 강아지 8마리가 안타깝게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유기견들이 함께 머물던 주요 생활공간과 일부 비닐하우스도 타버려 약 29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화목 난로가 과열돼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이씨가 운영하던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그를 돕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1일 카페 매니저에 따르면 거처가 사라진 이씨는 반려견과 대형 견사에서 밤을 지새웠다. 전기와 수도도 다시 연결하는 중이다. 이웃들과 수의사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워낙 피해가 커 다들 힘든 상황이라고 매니저는 전했다.

이씨를 돕기 위한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구호 요청 글. 사진 인스타그램

이씨를 돕기 위한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구호 요청 글. 사진 인스타그램

카페 매니저는 “무엇보다 별이 된 아이들로 눈물과 한숨만 가득하다”며 “불길 속에서 하나라도 구하려 했으나 어둠 속에 숨어버려 이씨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이씨가 너무 힘들어하시니 위로의 인사는 배려로 대신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카페 운영진에게 봉사활동을 위한 보호소 주소를 문의하는 이들이 많으나 방역수칙 등을 지키기 위해 하루에 일정 인원만 봉사자를 받기로 했다고 알렸다. 봉사활동을 신청한 이들을 향해서는 “방역 수칙을 잘 지켜주시고, 가능하다면 마스크와 생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19년 촬영한 이씨가 집에서 반려견들과 함께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9년 촬영한 이씨가 집에서 반려견들과 함께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씨는 연극 등으로 번 자신의 전재산으로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해 ‘유기견의 대모’로 불린다. 2013년부터는 동물권에 관심을 갖고 관련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씨는 과거 여러 방송을 통해 유기견과 함께 사는 집을 공개했다. 이후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도 늘었지만 오히려 동물을 유기하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씨는 2019년 소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존재를 사랑한다면 지켜야 하고, 우리보다 약한 아이들은 더 지켜야 한다”며 “나보다 약한 애들을 지켜주면 내가 힘들 때 저보다 더 힘센 사람이 저를 지켜준다. 돌고 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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