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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코로나 끝 보이게 해줘”…3·1절에 의료진 치켜세운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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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우리가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는 힘이 100년 전 우리 의료인들의 헌신과 희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의 가장 많은 분량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할애하며, 이른바 ‘K-방역’의 성과를 강조했다. 특히 스페인 독감과 콜레라까지 언급하며 방역의 공을 의료진에게 돌렸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1918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스페인 독감을 언급하며 “일제는 식민지 백성을 전염병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일제강점지 조선에서 14만 명 이상이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다. 대신 문 대통령은 “척박한 의료 현실 속에서 의학도들은 3·1독립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919년 조선을 휩쓴 콜레라도 거론하며 “조선인 의사와 간호사, 한의사가 전력을 다해 환자를 치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과거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이 지금도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홍진호 씨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대니 보이의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인 첼리스트 홍진호 씨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대니 보이의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진의 헌신’은 문 대통령의 이번 기념사에서 방점이 찍힌 핵심어 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격리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코로나와의 기나긴 싸움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다”며 의료진의 격무를 강조했다. 기념식의 마지막 순서는 만세삼창이었는데, 의과대학·간호학과 재학생 등 예비 의료인 6명이 선창하며 주목받는 자리에 섰다. 독립선언서 낭독자엔 의료수어 통역사 김선영씨가 포함됐다.

의료진의 헌신을 치켜세우는 문 대통의 기념사가 주목받은 건 최근 정부와 의사 단체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금고형 이상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개정 의료법을 추진하자,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반발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문 대통령의 기념사가 이들을 달래기 위한 차원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으로 의사들이 파업하자, 문 대통령은 “의사들이 떠난 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한다”고 메시지를 냈다. 당시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기’ 하냐”는 비판이 컸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마치고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마치고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기념식엔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영상을 통해 낭독했다. 이어 영상을 통해 스포츠 선수 170여 명이 애국가를 함께 불렀다. 축구선수 황의조(지롱뎅 드 보르도)·이강인(발렌시아), 미국 PGA 골프선수 최경주·임성재, 배구 선수 윤봉우(울프독스 나고야) 등이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립선언서 낭독엔 독립운동가나 독립운동에 도움을 줬던 외국인의 후손 4명이 참여했다. AP통신 특파원으로 3·1운동을 보도한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 제니퍼 테일러, 독립운동가 박열의 변호를 맡았던 후세 다쓰지의 외손자 오이시 스스무, 운암 김성숙 선생의 부인 두쥔훼이의 손자 두닝우, 헤이그 특사 이위종 선생의 외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가 각각 영어·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로 낭독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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