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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코딩은 필수, 데이터 사고·경험 더해가야 창의적 인재 되죠

중앙일보

입력

‘내가 50억 벌고 상품분석 서비스를 만든 이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글의 제목입니다. 누구라도 혹할 만한 돈 이야기의 주인공은 중학생 때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키워 파는 것으로 시작, 직접 만든 제품을 온라인 커머스에서 판매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아 수억원대의 투자까지 받아본 박재현(32) 선데이띵커 대표예요. 일찍부터 뭔가를 만들고 파는 일에 재미를 느낀 그는 20대 청춘을 오롯이 창업에 바쳤죠.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37 박재현 선데이띵커 대표

당시 데이터를 몰라 좌충우돌했던 경험을 담아 최근 커머스 데이터분석 플랫폼 ‘판다랭크’를 만들었어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시대, 온라인 셀러가 되려는 누구나 데이터로 무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만들고 파는 일’ 내가 가장 잘하는 일
2009년 홍익대 디자인 영상학부 1학년이던 재현씨는 스무 살 나이에 멋 모르고 창업의 길에 들어섰죠.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친구가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앱) 제작을 대행하는 웹에이전시를 함께하자고 제안했거든요. 미국에서 아이폰이 출시된 2009년은 국내에서도 앱 제작 수요가 생기기 시작할 때였죠. 재현씨는 웹디자인을 배운 적 없었지만 독학으로 한 공공기관의 홈페이지 디자인을 직접 했어요. 이를 통해 수백만원이라는 거금을 받고 돈 버는 재미에 빠져 아예 학교를 나가지 않다 학사경고도 받았죠. 웹에이전시를 함께했던 친구가 유학을 떠난 후 재현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창업에 도전했어요. 2010년 선데이띵커라는 디자인회사 사업자등록증을 낸 거죠.

지난 2월 한 언론과 인터뷰 중인 박재현 선데이띵커 대표. 인공지능으로 뽑아낸 데이터와 박 대표의 창업 경험을 기반으로 태어난 '판다랭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월 한 언론과 인터뷰 중인 박재현 선데이띵커 대표. 인공지능으로 뽑아낸 데이터와 박 대표의 창업 경험을 기반으로 태어난 '판다랭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9년에 웹에이전시 창업한 친구도 멋있었고, 그때의 짜릿한 경험을 잊을 수 없어서 내 회사를 창업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친구와 같이 일할 때는 일감을 가져다준 사람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영업에 대한 고민이 없었어요. 하지만 아무런 인맥도 없는 제가 혼자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려니 일거리를 찾는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스물한 살 나이에 쥐뿔도 없는 상태에서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현실의 쓴맛을 제대로 본 셈이죠.”

2010년 9월 군 입대를 전후해 바텐더, 명품숍 셀러 등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돌아보면 이 시기에도 재현씨는 뭔가를 만들거나 파는 일을 경험했죠. 복학 후 2학년부터는 학과 공부에 매진했어요. 정원 중 극소수에게 지급하는 전체장학금을 받기 위해서죠. 목표대로 졸업 때까지 학과 수석을 포함해 전체장학금을 받았어요.

2015년 홍익대 졸업작품으로 제작에 참여한 러닝타임 10분짜리 영화 '고해성사'. 당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참여했다.

2015년 홍익대 졸업작품으로 제작에 참여한 러닝타임 10분짜리 영화 '고해성사'. 당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참여했다.

재현씨의 세부 전공은 애니메이션. 2016년 졸업을 앞두고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 두세 곳에서 취업 제안을 받았죠. 하지만 디즈니·픽사 같은 글로벌기업과 달리 당시 영세한 국내 애니메이션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형편이 아니었어요. 정부지원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수준이다 보니 신입 월급은 80만~120만원선, 매일 밤샘근무가 당연한 열악한 구조였죠.

“2016년 졸업 때까지 개인사업자를 보유하고 있었어요. 다시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친구의 제안을 받았죠. 그는 천안에 있는 모 대학의 산학협력 지원을 받아 정부지원사업 예산도 땄고 사무실도 구했고 집세도 대신 내주겠다며 끈질기게 설득했죠. 결국 받아들였는데 솔직히 창업이 좋아서라기보다 120만원 받고 부품처럼 죽어라 일하기 싫었던 이유가 더 컸던 것 같아요.”

아무 연고도 없는 천안에서 또다시 창업의 세계에 발을 들인 그는 유아교구를 제작·판매하는 친구의 사업을 도우면서 자신만의 별도 사업 아이템 개발을 병행했습니다. 바로 국내 최초 디퓨저 무드등을 제작해 ‘루무드(RUMOOD)’라는 브랜드로 판매한 거죠.

2010년 디자인회사 선데이띵커를 창업하고 첫 사무실을 개업한 뒤 신나게 청소하던 모습.

2010년 디자인회사 선데이띵커를 창업하고 첫 사무실을 개업한 뒤 신나게 청소하던 모습.

“디자인을 전공했으니 뭔가를 만들어서 팔아야겠다 생각하면서 아이템을 계속 검색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돈 되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디퓨저’를 알게 됐는데 뭔가 비싼 것, 고급 선물이라는 느낌이었죠. 희소성도 있었습니다. 2016년 초중반까지 국내에서는 10명 중 9명이 디퓨저를 모르던 시기였으니까요.”

페이스북에서 디퓨저를 팔기 위해서는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재현씨는 후킹(눈길을 사로잡는)의 3가지 요소를 빛·향기·디자인으로 보고 그중에서 빛을 결합했죠. 원가가 저렴한 디퓨저에 중국산 LED등을 결합해 1만9000원짜리 루무드 디퓨저무드등이 탄생했어요. 사진을 인테리어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 여러 곳에 올렸더니 10만 개의‘좋아요’가 달리며 주문이 쏟아졌죠.

2017년 매거진 '집꾸미기'에 소개된 박 대표의 원룸. 인테리어제품 회사 루무드를 운영하던 박 대표가 직접 공간 스타일리스트로 꾸민 것이 당시 큰 화제가 돼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2017년 매거진 '집꾸미기'에 소개된 박 대표의 원룸. 인테리어제품 회사 루무드를 운영하던 박 대표가 직접 공간 스타일리스트로 꾸민 것이 당시 큰 화제가 돼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세 명이 밤을 새가면서 제품을 만들어도 주문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와중에 내놓은 두 번째 제품인 3900원짜리 편지무드등도 잭팟이 터졌죠. 입소문이 난 건지 천안·서울 2곳의 회사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어요. 연고가 없는 천안에서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던 재현씨는 서울에 있는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20대에 아무나 경험하기 힘든 수억원대의 투자를 받아 2017년 7월 루무드라는 법인을 만들고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법인회사가 된 후 루무드는 1년 반 동안 월 매출이 평균 10%씩 올랐고, 2년 동안 ‘카카오 선물하기’ 인테리어파트 1위를 기록했죠. 매주 1개씩 신제품 론칭하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재현씨는 대표이사로서 경영도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수행해야 했어요.

2020년 전 직장 루무드 시절 신뢰하는 동료들과 함께.

2020년 전 직장 루무드 시절 신뢰하는 동료들과 함께.

“20대 어린 나이에 회사를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저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군요. 루무드에 투자한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며 운영 의견이 갈리게 됐죠. 그때 저는 제 회사의 결정권자가 될 수 있는 양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불리했어요. 몇 개월을 버텼지만 결국 합의 하에 회사를 매각했고 개인적으로 큰 절망에 빠졌습니다.”

20대에 매출 50억 회사 운영 경험을 알고리즘화
루무드 매각으로 한동안 힘들었던 재현씨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창업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하던 중 ‘스마트스토어로 수익을 얻는 방법’이라는 콘텐트로 뜬 유튜버 신사임당의 조언을 받을 기회가 생겼죠. 브레인스토밍 끝에 ‘데이터’라는 결론을 얻은 그는 2020년 5월 새로운 서비스 기획을 시작했고 7월에 선데이띵커라는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9월에 사이트를 오픈하고 10월에 판다랭크란 서비스를 시작했죠.

“판다랭크는 한마디로 커머스 데이터 분석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하면 시장조사 툴이라고 보면 됩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같은 온라인 마켓에서 상품을 팔고자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데이터 기반 사고와 경험을 강조한 박재현 선데이띵커 대표.

데이터 기반 사고와 경험을 강조한 박재현 선데이띵커 대표.

재현씨는 90년생인 자신을 전형적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한 Z세대의 통칭)라고 말해요. 그는 MZ세대가 데이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로 2가지를 들었죠. 첫째는 향후 5~10년 동안 세계가 완전히 바뀔 것이며 구글 ABC나 아마존 인공지능의 학습능력이 발달해서 국내 산업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겁니다. 인간의 일거리가 빠르게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면서 근무시간과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둘째는 이런 조건에서 MZ세대는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으며 회사를 다니더라도 다른 일을 통해 추가수익 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죠.

판다랭크에서 '국민 머그컵' 등 상품명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해당 상품을 판매할 경우 장단점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판다랭크에서 '국민 머그컵' 등 상품명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해당 상품을 판매할 경우 장단점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MZ세대가 할 수 있는 추가수익 활동으로는 상품(제품·서비스) 판매, 노동력 판매, 투자 3가지가 있습니다. 투자는 초기 자본이 필요하고 노동력을 판매할 기회는 점차 사라진다고 봐야죠. 그렇다면 상품 판매만 남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셀러에게는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도울 데이터가 필요해요. 바로 그런 데이터를 판다랭크가 제공하겠다는 거죠. MZ세대, 특히 취업·연애·결혼 등 돈이 가장 필요한 85~95년생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이들이 데이터를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습관화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데이터는 온라인 시장에 뛰어든 이들에게 대기업의 횡포 같은 어떠한 공격에도 멋 모르고 당하지 않을 최고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커머스 데이터는 방대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알아보기 힘들죠. 이 점을 파고든 판다랭크는 인공지능 크롤링 데이터, 통계청 데이터, 네이버 오픈API 데이터 등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재현씨가 루무드 시절 제품 40만 개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쌓은 경험을 알고리즘화 해 쉬운 데이터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판다랭크의 모토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데이터분석 서비스’죠. 그는 학교에서 코딩을 배우는 10대들에게도 데이터 기반 사고를 할 것을 조언했어요.

거래업체를 찾기 위해 참가한 2018 중국 칸톤페어.

거래업체를 찾기 위해 참가한 2018 중국 칸톤페어.

“사회가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지금은 누구나 공부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또 능력자의 개념도 달라졌죠. 과거에는 회계사·세무사 같은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능력자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10대 유튜버가 능력자로 조명받아요. 박사 학위를 딴 대학교수라도 학생보다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면 현 시대의 능력자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학벌·학위와 상관 없이 누구든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적응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창의성은 어떤 문제가 떨어졌을 때 지식(데이터)·경험 등을 적절히 조합해서 효율적인 답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창의적 인재는 코딩한 데이터와 본인의 경험을 잘 융합할 수 있는 인재입니다. 그러므로 미래 인재라면 코딩을 필수적으로 배우고, 코딩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데이터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해석할 경험이 없으면 소용없어요. 경험을 많이 할 것과 데이터 기반 사고를 하는 것, 뻔하지만 이것밖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글=김은혜 꿈트리 에디터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시기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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