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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접종자 압통만 남았다, 기저질환 입원환자 20명도 멀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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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남 1호접종자 김민태 재활의학과장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경남 창원시 희연요양병원에서 재활의학과 김민태과장이 처음으로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1호접종자 김민태 재활의학과장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경남 창원시 희연요양병원에서 재활의학과 김민태과장이 처음으로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10시간 지나자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미열이 24시간 계속되면서 밤새 열이 났어요. 48시간 가까이 되면서 열이 내렸고, 거짓말처럼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습니다."

창원 희연요양병원 160명 전수조사 #3명은 발열·구토 응급실 진료 후 귀가 #20명 발열, 48시간 되기 전 사라져

경남 창원시 희연요양병원 김민태 재활의학과장(41)은 이 병원의 1호 접종자다. 지난달 26일 오전 9시30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 김 과장은 지난달 28일 오전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48시간의 경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김 과장은 접종 당일 오후 7시 30분께 열이 나기 시작했다. 발열과 오한에다 근육통이 시작됐다. 해열진통제를 계속 먹었다. 28일 아침에 서서히 열이 떨어졌고, 열이 사라지면서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김 과장은 "내가 겪은 증세는 백신을 맞은 뒤 몸이 대응하면서 나타나는 '후기 반응'이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과 달리 후기 반응이 확실하게 나타난다. 이런 걸 잘 알고 대응하면 백신 접종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접종 후 48시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접종 후 48시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36시간 되자 거짓말처럼 다 나아 

이 병원 김은우 간호사(37)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김 과장보다 열이 심해 38도까지 올랐다. 오한을 동반하면서 몸살기가 이어졌고, 해열진통제로 대응했다. 김 간호사는 "접종 36시간이 지났을 때 거짓말처럼 다 나았다"고 말했다. 고유빈 물리치료사(25)도 "접종 당일 밤부터 열이 나고 몸살기가 찾아왔다. 약 먹을 정도는 아니었고, 자고 나니까 열이 사라졌다. 근육통과 몸살기 때문에 다음날 내내 누워있었고 입맛이 떨어졌다. 저녁에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고 치료사는 "48시간 되니 증상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희연요양병원 간호사가 26일 AZ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 희연요양병원

희연요양병원 간호사가 26일 AZ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 희연요양병원

모두 접종 부위 압통만 남아 

희연요양병원은 지난달 26일 오전 9시30분~오후 5시 160명이 AZ백신을 맞았다. 140명은 의료진과 직원, 20명은 입원환자이다. 병원측이 시간대별로 접종자의 상태 변화를 전수조사했더니 접종 48시간이 되기 전에 경미한 이상 증세가 다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오후 10시 30분 현재 이런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접종 직후에는 60대 조리원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40분간 안정을 취한 뒤 회복했다. 너무 긴장한 탓에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간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모든 접종자가 접종 부위 통증을 호소했다. 상당수 접종자의 주사 부위가 벌겋게 됐고(발적 현상), 주기적으로 쑤셨다. 이향희 감염관리팀장은 "접종 부위 압통은 모든 접종자에게서 나타난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3~4일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증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희연요양병원 AZ백신 접종 후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희연요양병원 AZ백신 접종 후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응급실행 3명,수액 맞고 3시간뒤 퇴원 

지난달 27일 오후 4시 중간조사에서 160명이 근육통·권태감·피로·관절통 등의 1~2가지가 나타났다. 스스로 이런 증세를 호소했다기보다 병원 측에서 물어보니까 "그런 것 같다"고 답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발열이었다. 20명(12.5%)이 37.5도 이상의 열이 났다. 1명은 39.5도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3명은 27일 오전 5~7시 응급실로 실려 갔다. 20대 여성 물리치료사는 39도에 구토 증세를 동반했고, 40대 여성 간호조무사는 37.6도의 열에 구토 증세가 나타났다. 20대 여성 간호사는 37.8도의 열이 나자 가족이 응급실로 후송했다. 셋 다 수액주사를 맞고 해열제 처방을 받은 뒤 3시간 여 만에 퇴원했다. 지금은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 3명을 보건 당국에 이상 반응 케이스로 신고했다.

기저질환 입원환자 20명 멀쩡 

이 병원 김수홍 이사장은 "접종자 160명 모두 압통을 제외하고 이상 반응이 다 사라졌다. 특히 입원환자 20명은 기저질환(지병)이 있어서 이상 반응이나 특이반응이 생길까 걱정했다. 그런데 한 명도 이상 없다"고 말했다.

희연요양병원 한의사가 26일 AZ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 희연요양병원

희연요양병원 한의사가 26일 AZ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 희연요양병원

접종 환자 김씨,오늘도 재활운동 중

입원환자 김철종(57)씨는 28일 중앙일보와 통화할 때 병원 지하 재활치료센터에서 자전거·러닝머신으로 재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주사 맞고 나서 하루 정도 몸이 뻐근했다. 열이 없었고 약은 전혀 먹지 않았다. 지금은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사 맞을 때 따끔했을 뿐 힘든 게 없었고, 주사 맞은 곳을 만지면 아픈 게 전부이다. 다른 사람도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시원하게 맞았으면 한다"며 "다들 백신을 빨리 맞아서 마스크를 벗고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혜진 작업치료사(31)도 김씨와 비슷하다. 맞고 나서 열이 전혀 없었다. 맞은 부위에 근육통이 조금 있었다. 김 치료사는 "독감 주사 맞아도 압통이 있다가 없어지는데, 그것과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한 번 더 맞아야 하는데 그때도 안 아프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28일 0시 현재 2만322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고 밝혔다. AZ백신이 2만22명, 화이자백신이 300명이다. 요양병원 접종자가 1만5401명(7.6%), 요양시설은 4608명(4.3%), 코로나19 환자치료병원은 300명(0.5%), 1차 대응요원 13명이다.

접종 후 이상 반응으로 의심되는 신고 사례는 총 112건(지난달 27일 0시 97건)이다. 모두 예방접종 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두통·발열·메스꺼움·구토 등의 경증 반응이다. 112건 중 111건이 AZ 백신 접종자이고, 1건은 화이자이다. 이상 반응은 백신 때문에 생긴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사례이라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창원=이은지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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