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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검토 했다, 문서 없다" "거짓말"···서울시 '박원순 폰'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놓고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한 여성단체가 “서울시 정보공개청구 결과 박 전 시장 유족에게 휴대전화를 반환하면서 법률 검토를 했다는 서울시의 거짓말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다. 하지만 서울시는 28일 “통상적인 처리 절차에 따라 법률 검토를 했다.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 되는 서류가 없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원순 휴대폰에 무슨 일이

서울시는 지난 1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희롱 혐의를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며 ″추가 대책을 마련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을 엄격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서울시는 지난 1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희롱 혐의를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며 ″추가 대책을 마련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을 엄격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그의 휴대전화는 성추행 사건을 밝힐 주요 증거물로 부각돼 왔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한 점을 입수했지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 경찰은 이후 서울시에 휴대전화를 받아가라는 통보를 했고, 서울시는 지난 1월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뒤 이를 박 전 시장 유족에게 넘겼다. 서울시는 당시 “법률 자문을 거쳐 유족에게 명의 변경을 통해 휴대전화를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서울시 결정에 감사원 감사청구와 서울시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지난 26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서울시로부터 받은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공개하고 “서울시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밝힌 두대의 '박원순 폰'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업무폰 관련 서울시 정보공개청구 답변 결과에 대한 사과 및 해명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업무폰 관련 서울시 정보공개청구 답변 결과에 대한 사과 및 해명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에 따르면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업무폰 처리 관련 내부검토 의견서 등 법률 검토 결과를 담은 문서를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내부적인 법률 검토는 없었음'이라고 회신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를 이를 기반으로 “법률 검토를 통해 유족에게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전달했다는 서울시의 거짓말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법률적인 근거 없이 휴대전화를 은폐하고, 법률 검토를 받았다고 거짓말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업무용 폰을 가족으로부터 회수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서울시가 정보공개청구 회신에서 밝힌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는 2대로, 서울시는 유족에게 반환한 업무용 폰 한대를 제외한 나머지 1대는 서울시 명의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이 사용한 휴대전화 한 대는 내부 법률 검토를 거쳐 유족에게 반환했고, 나머지 휴대전화 1대는 비서실에서 제로페이 결제 용도로 사용하던 것으로 서울시 명의로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이 업무추진을 위해 사용한 휴대전화는 지난 2018년 11월 구매해 사망 직전까지 사용한 것으로 366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로페이 결제용으로 쓰인 또 다른 휴대전화는 지난 2019년 3월 산 것으로 지난해 7월까지 125만원의 서울시 예산이 쓰였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지난 26일 공개한 박원순 폰 관련 서울시 정보공개청구 회신. 사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지난 26일 공개한 박원순 폰 관련 서울시 정보공개청구 회신. 사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서울시 "정보 공개할 '문서'만 없다"

여성단체 반발에 서울시는 “내부 법률 검토를 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회신으로 '내부적인 법률 검토는 없었다'고 한 데 대해서는 “정보공개청구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문서가 없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유족에게 휴대전화를 반환하는 데 대해 의사결정을 진행하면서 법률 검토를 했다. 관련 법률 조항을 다 찾아봤고, 다만 이를 문서로 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이라고 말했다. 안 국장은 “박원순 폰은 사망 동기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성추행 묵인·방조죄를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로, 서울시가 내부 감사를 벌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족에게 넘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서울시가 진실규명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폰과 관련해 여성단체에 회신한 정보공개청구 내용. 자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서울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폰과 관련해 여성단체에 회신한 정보공개청구 내용. 자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왜'가 빠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박 전 시장의 유고사태로 인해 오는 4월 치르게 될 보궐선거에 대해서도 “왜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후보들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과 관련해 재보궐 선거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후보들이 이번 선거의 의미를 짚는 데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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