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차선변경’ 사고로 숨진 오토바이 배달근로자…法 “재해 아냐”

중앙일보

입력 2021.02.28 10:54

배달 근로자가 오토바이에 올라 배달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 근로자가 오토바이에 올라 배달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토바이 배달 근로자가 운전 중 자신의 위법 행위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18년 6월 음식배달업체에서 일하던 A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의 한 도로 6차로에서 좌회전 차선인 3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다가 직진 중이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당시 A씨는 좌회전 차로인 3차로와 직진 차로인 4차로 사이에는 시선유도봉이 설치돼있었는데 그 사이로 진로변경을 시도했다.

A씨의 아내 B씨는 “남편이 배달을 마친 후 이동하다가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례 비용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무리하게 진로변경을 시도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며 “도로교통법 위반 범죄행위가 사고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고 B씨 신청을 거부하자 B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 B씨는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의 예외로 규정된 고의·자해행위·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 역시 경미해 업무상 재해가 인정돼야 한다”며 “남편과 사고가 난 차량 운전자의 전방주시 의무 소홀과 경합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A씨와 충돌한 차량의 운전자가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과실이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는 A씨의 위법한 진로 변경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라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공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진로 변경이 금지되는 장소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차로를 변경하다 사고가 났다”며 “차량 운전자가 A씨의 진로 변경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사고가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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