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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에 ‘번개장터’ 효과?…중고 아이폰8 값 오히려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대기업에 다니는 정 모(33)씨는 요즘 애플 아이폰 중고 모델을 사려고 알아보고 있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싸템(주류 아이템)’으로 통하는 쌍방향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SNS)인 클럽하우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클럽하우스는 현재 애플 운영체제(iOS) 기반의 단말기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정씨는“애플 공기계만 있으면 별도의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 와이파이를 연결해 클럽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쓰던 폰은 그대로 두고 중고 아이폰을 구매해 ‘세컨드폰(보조폰)’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의 인기로 인해 2017년 출시된 아이폰8의 중고폰 가격이 되레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업계에 따르면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의 인기로 인해 2017년 출시된 아이폰8의 중고폰 가격이 되레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씨처럼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려는 목적 말고도 중고폰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중고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에 태어난 젊은층)를 중심으로 ‘중고폰 알뜰폰 요금제’ 조합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번개장터·당근마켓 등 중고폰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고폰 월거래액 1000억원 돌파     

중고폰 재고관리 솔루션 국내 1위 업체인 유피엠에 따르면 중고폰 거래 건수는 지난해 1월 40만 건에서 올해 1월 46만 건으로 늘었다. 거래액은 같은 기간 514억원에서 849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엔 거래액이 1000억원(1079억원·53만 건)을 돌파했다. 바로 전달(지난해 10월) 출시된 아이폰의 인기가 꾸준해서다. 보통 신제품이 출시되면 중고폰 거래액이 증가하다가 감소하는데 이번에는 1월까지 인기가 이어졌다.

갈수록커지는중고폰시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갈수록커지는중고폰시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유피엠에 따르면 중고 아이폰 거래 건수(거래액)는 지난해 10월 8만7000건(246억원)에서 올해 1월 17만9000건(494억원)으로 증가했다.

유상현 유피엠 대표는 “특히 구형 모델인 아이폰8의 매입 가격이 올해 1월 되레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클럽하우스를 이용하기 위한 중고 아이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MZ세대, 중고폰+알뜰폰 '꿀조합' 선호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폰 알뜰폰’ 조합이 느는 것도 중고폰 시장을 키우는 요소다. 세종텔레콤에 따르면 올해 2월 자사 알뜰폰 브랜드인 ‘스노우맨’에서 판매하는 중고폰 가입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 증가했다. 세종텔레콤은 중고폰 이용 고객 다수가 MZ세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최신 스마트폰은 단말기 가격이 비싸고, 구입 비용을 할인받기 위해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자급제폰으로 알뜰폰을 쓰는 것에서 나아가 ‘중고폰 알뜰폰’ 조합으로까지 이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세종텔레콤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은 중고 아이폰 단말기를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사진 세종텔레콤]

세종텔레콤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은 중고 아이폰 단말기를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사진 세종텔레콤]

자급제폰이란 온라인몰 등을 통해 공기계를 산 뒤 이통사나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동통신사 유통점을 통해 산 단말기와 달리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해 통신비를 아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자급제폰으로 중고폰을 사게 되면 단말기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중으로 돈을 아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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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 덕분, 수출→내수 전환      

번개장터·당근마켓 등 소비자들이 손쉽게 중고폰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겨난 것도 중고폰 거래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 1월 스마트폰 거래액은 1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4% 늘었다. 유상현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중고폰을 매입해 수출하던 외국계 기업이 철수하고, 하반기부터 SK네트웍스·번개장터·당근마켓 등을 통해 내수용 중고폰 거래가 활발해진 것도 국내 중고폰 활성화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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