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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감동시킨 소아암 10살 소녀…의족 신고 우주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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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에서 암 환자로 투병하던 헤일리 아르세노(왼쪽)가 2021년 스페이스X 로켓을 타고 떠나는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 '인스퍼레이션 4' 프로젝트의 승무원으로 발탁됐다.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2002년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에서 암 환자로 투병하던 헤일리 아르세노(왼쪽)가 2021년 스페이스X 로켓을 타고 떠나는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 '인스퍼레이션 4' 프로젝트의 승무원으로 발탁됐다.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어린 시절 뼈암(골종양)을 진단받고 '우주비행'의 꿈을 포기했던 소녀가 눈물겨운 노력 끝에 완치 판정을 받습니다. 성인이 된 그 소녀는 의료인이 돼 자신을 치료한 병원으로 돌아옵니다. 예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소아암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서입니다.

[후후월드]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 매료된 한 억만장자가 결국 우주여행의 꿈을 이뤄줍니다.

한편의 동화 같은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소아암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헤일리 아르세노(29)입니다..

그가 일하는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은 22일(현지시간) "아르세노가 의료책임자로 '인스퍼레이션4' 프로젝트의 승무원단에 포함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인스퍼레이션4는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결제 처리 업체 '시프트4페이먼트' 창업자 재러드 아이잭먼(38)이 추진하는 민간 우주여행입니다. 민간 우주선 업체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을 빌려 우주로 나갈 계획이죠. 역사상 처음으로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승무원단이 민간 기업이 만든 로켓을 타고 대기권 너머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에서 의사를 대신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준의사(PA)로 일하고 있는 헤일리 아르세노.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에서 의사를 대신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준의사(PA)로 일하고 있는 헤일리 아르세노.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최연소 우주비행사,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선 의료책임자라는 기록에 이어 아르세노는 '의족을 지닌 채 우주로 간 최초의 사람'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습니다. 골종양 투병 당시 티타늄 소재의 인공보철물을 무릎에 심었기 때문입니다.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하는 우주 비행은 그간 신체 무결한 미 항공우주국(NASA) 에서 선발한 신체 건강한 이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아르세노의 도전이 더욱 뜻깊은 이유죠.

아이잭먼은 "지구에서의 삶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을 승무원에 포함하고 싶었다"며 아르세노를 발탁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NASA 티셔츠 입고 암투병하던 10살 소녀 

어린시절 골종양 판정을 받고 암투병 중이던 헤일리 아르세노.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어린시절 골종양 판정을 받고 암투병 중이던 헤일리 아르세노.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루이지애나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아르세노는 9살이 되던 해에 휴스턴에 있는 NASA를 견학했습니다. 가족 휴가로 방문한 그곳에서 9살 소녀와 7살 난 그의 남동생은 우주에 완전히 매료됐다고 합니다. 아르세노가 우주비행사의 꿈을 키우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달 뒤, 10살이 된 아르세노는 왼쪽 다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태권도를 배우던 즈음의 일이라 가족들은 격렬한 운동 탓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그리고 아르세노는 왼쪽 대퇴골 골육종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투병 생활은 시작됐습니다. 아르세노는 멤피스에 있는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에 입원해 무릎뼈 수술과 함께 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아르세노를 담당한 마이클 닐 박사는 "종양이 위험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치료 과정도 복잡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종양이 허벅지 뼈끝부터 무릎 관절까지 퍼져 있던 탓에 자칫 성장판을 해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술 과정에서 아르세노는 허벅지 뼈 일부를 제거했고, 12회의 화학 치료를 견뎌야 했습니다.

2002년 골종양 완치 판정을 받은 아르세노가 병원에서 열린 기념 파티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2002년 골종양 완치 판정을 받은 아르세노가 병원에서 열린 기념 파티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이후엔 기나긴 재활치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이를 악물며 운동 치료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때로는 NASA 티셔츠를 입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자신을 치료한 병원 식구로

눈물겨운 노력 끝에 이듬해 아르세노는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새로운 꿈을 다졌습니다. 자신을 치료해준 병원에서 소아암 환자들을 돕는 의료인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입니다.

그리고 병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의사를 대신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준의사(PA)로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의 식구가 된 것입니다. 절망에 빠진 아이들에 "나도 암에 걸렸고 그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안다. 병은 너를 더욱 너답게, 더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격려한다고 합니다.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에서 의사를 대신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준의사(PA)로 일하고 있는 헤일리 아르세노.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세인트주드 아동병원]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에서 의사를 대신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준의사(PA)로 일하고 있는 헤일리 아르세노. [세인트주드 아동병원][세인트주드 아동병원]

우주비행이라는 어린 시절 꿈까지 결국 이루게 된 아르세노는 "암 환자가 미래를 꿈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다른 암 생존자와 소아암 환자들에게 한계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아이잭먼은 자신과 아르세노를 제외한 2명의 동행자를 추가로 발표할 계획입니다. 남은 두 자리는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기부자 중 1명과 자신의 회사인 시프트4페이먼트 고객 중 1명으로 채워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스페이스X 우주선을 타고 가는 첫 민간 우주여행의 의료 책임자로 발탁된 아르세노가 로켓 모형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스페이스X 우주선을 타고 가는 첫 민간 우주여행의 의료 책임자로 발탁된 아르세노가 로켓 모형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네 사람의 승무원은 몇 달간 우주선 작동법 등을 훈련받은 뒤 오는 10월경 플로리다에 있는 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오를 예정입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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