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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살아났더니, 이번엔 대필이라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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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호 01면

지난달 말 조영남씨가 자택에서 자신의 자화상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신인섭 기자

지난달 말 조영남씨가 자택에서 자신의 자화상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신인섭 기자

중앙SUNDAY가 ‘조영남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연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이런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조영남 남기고 싶은 이야기’ 연재

중앙일보가 왜 이럴까. 왜 나한테 이토록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걸까? 저는 저보다 먼저 우대받은 사람들을 대충 알고 있습니다. 용감무쌍한 백선엽 장군, 노련한 정치인 김종필 총리, 이 나라 최초의 여성 디자이너 노라노 여사,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배우 신영균, 신성일 선배님 등 누가 봐도 저와는 비교가 안 되게 큰 업적을 남기신 분들 틈에 저를 끼워 넣는 이유가 뭘까. 이런 건 부장이나 국장회의에서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쯤은 저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시국이 험난해져서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뜻일까.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냈습니다. 물론 저 혼자만의 생각인 거죠. 송구스럽지만 중앙일보 독자님께선 어떤 답변을 찾아내셨는지요. 저의 답은 바로 이겁니다.

“아하! 조영남이 죽을 때가 다 됐구나!”

어떤 이들은 죽음이라는 말만 꺼내면 질색들을 하시는데 저는 이제 그런 말을 할 때가 충분히 됐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앞으로 제 얘기들은 모든 게 죽음을 바탕에 둔 얘기들이라는 겁니다. 저는 잘 아시겠지만 여러 번 죽다 살아났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재에 제가 노리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지난 5년간 그림 대작 사건으로 죽었다가 간신히 살아났더니, 조영남이 그림뿐만 아니라 글도 대필로 쓴다는 소문이 파다하더군요. 제 책들이 안 팔려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더 큰 일은 제 글이 대필이 아니라는 걸 무슨 수로 증명해낼 수 있느냐는 겁니다.

만일 여기까지 읽었는데도 대필 냄새가 난다 싶으면 하는 수 없습니다(하기야 자필과 대필에는 별 차이가 없죠). 이 연재를 끝으로 장렬하게 저의 붓을 꺾겠습니다. 그때까지도 살아 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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