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저금리 약속에도 시장은 “결국은 긴축”에 베팅

중앙선데이

입력 2021.02.27 00:55

지면보기

725호 10면

[SUNDAY 진단] 국채 금리 상승 파장

글로벌 주식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전날 반등했던 나스닥은 25일(이하 현지시간) 3.52% 급락했다. 26일 닛케이(-3.99%)와 코스피(-2.8%)도 크게 흔들렸다. 희비극을 만들고 있는 주역은 미국 금리다. 경기 회복 기대와 인플레이션 우려, 미 연방준비제도(Fed) 파월 의장의 발언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미국 금리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해 말 0.92%에서 25일 1.53%로 급등했다. 지난 수요일 파월 의장이 최소 3년을 언급하며 기준금리의 장기 동결을 시사했지만, 채권시장은 눈앞에 다가온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을 금리에 투영하고 있다.

시장,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 예상
10년 국채 수익률 1.53%로 급등
코로나 탓 양적완화 직전 수준

글로벌 증시 조정 빌미로 작용
약세장 전환으로 보기는 무리

경기 회복기 금리 뛰면 증시 ‘발작’

주식시장 입장에서 보면 금리 상승이 꼭 악재인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금리도 오르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의 초기 국면에서 주식시장은 경기 호전을 주가에 반영해 금리와 주가가 동반 상승하곤 한다. 그렇지만 금리가 일정 레벨 이상으로 높아지면 경기 호전이라는 긍정적 요인보다 높아진 금리라는 부정적 요인이 주식시장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번에는 금리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야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을까.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기준 1.5% 내외가 중요한 레벨이라고 본다. 1.5%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쓰기 직전의 수준이다. 실물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되지 못했는데, 금리는 코로나 확산 직전보다 높아지면 악재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또 1.5%는 미국 S&P500지수의 배당수익률(1.5%)과 맞닿아 있는 금리 레벨이기도 하다.

파월 의장이 장기간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했음에도 시장금리가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0.25%인데, 중앙은행이 이렇게 기준금리를 정하면 채권발행자의 신용도와 채권의 만기에 따라 가산금리가 붙으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리가 결정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장금리의 전반적 레벨이 낮아지고, 기준금리를 높이면 시장금리의 전반적 레벨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시장금리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만기가 아주 짧은 초단기금리이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만기가 하루인 초단기 채권의 금리이고,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만기가 7일인 환매조건부채권 금리다. 그렇지만 채권시장에서는 만기가 짧은 단기 채권뿐만 아니라 만기가 긴 장기 채권도 거래된다. 10년 만기 채권을 예로 들면, 10년이라는 시간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긴 시간이다. 10년 동안 전개될 경제활동의 경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중앙은행도 마찬가지이기에, 궁극적으로 장기 금리는 시장 참여자들의 불확실한 예측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단기 금리는 정책이 결정하고, 장기 금리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다.

장기 금리 급등에는 장기적으로 중앙은행의 긴축 강도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파월 의장이 공언한 것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단기간 내 긴축정책을 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시기가 언제든 일단 긴축이 시작되면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수도 있다는 인식이 최근 금리 급등에 투영되고 있다. 올 들어 금리를 결정하는 힘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시장이다. 이는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경기 정상화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이 정당한가에 대한 시장의 문제 제기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의 저금리 의존도가 너무 크다 보니, 경기가 회복되면서 금리가 상승할 때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발작증상(tantrum)’이 나타나곤 했다. 2011년, 2013년, 2015년, 2018년이 그랬다. 2011년은 금융위기 여파가 걷히며 경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금리가 상승했는데 이때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돌출됐다. 2013년에는 당시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을 시사하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2015년은 미국 금리 인상이 논의되던 시기였는데, 미국 긴축 우려에 중국이 유탄을 맞으면서 중국 경제 위기론이 회자됐다. 2018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조치로 미국 경제가 과열로 치달으면서 인플레이션 발생과 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약세를 기록했다.

금리 급등하면 성장주 더 큰 타격

파월 의장의 저금리 기조 유지 발언이 하루짜리 반짝 호재에 그쳤기 때문에 미국 금리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은 지난해 3월 이후 쉼 없이 달려온 글로벌 주식시장에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것이다. 금리가 급등하면 성장주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성장주 주가는 당장의 실적보다 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형성된다.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의 산물이기에 가시적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전통적 경기민감주들의 매력도가 커지고, 성장주의 상대적 매력은 떨어진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전통적 경기민감주들이 포진된 다우지수가 하방경직성을 보이는 반면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급락세를 나타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장기적인 금리와 주식시장의 향방은 어떨까. 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을 구조적인 약세장으로 반전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레벨 자체가 달라질 정도로 금리가 급등하면 주식시장의 조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실물경제가 받을 충격이 커진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공공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에 금리 급등은 재정에도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 궁극적으로 또 중앙은행이 나설 것이다. 201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보험용’이라는 명분으로 금리를 낮췄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더 이상 정책금리를 낮출 여력은 없기 때문에 양적완화 확대를 통해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정책금리를 낮게 유지하겠다는 확약을 하는 형태로 금리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이 만든 저금리 효과에 중독돼 있는 자산시장에는 코로나보다 금리 급등이 더 큰 적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