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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타적 존재, 성악설은 틀렸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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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호 21면

휴먼카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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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인플루엔셜

인간은 본래 선할까, 악할까. 인류학에서 수백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이 논쟁에 대해 현대사회는 사실상 ‘성악설’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인간의 이기심이 경제활동뿐 아니라 정치, 사회 분야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작동하고 혐오와 불신이 모든 비극의 뿌리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아동학대를 목격하며 우리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에 대해 더욱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은 악마다’라는 대세 이론에 과감히 반기를 든다. 인간은 지극히 이타적이고 폭력을 가장 혐오하는 존재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어린 시절 읽은 소설 『파리대왕』은 무인도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인간의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저자가 추적한 현실은 달랐다. 1966년 무인도 ‘아타섬’에서 구조된 6명의 소년은 난투극은커녕 체력 단련장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나무 조각으로 기타를 만들어 사기를 북돋우기까지 했다. 인간에게 사냥꾼의 탈을 쓰게 만드는 전쟁도 예외는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령이자 역사학자인 새뮤얼 마셜은 미군과 유럽 전선의 군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집단 인터뷰에서 전체 병사의 15~20%만이 실제 무기를 사용한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책은 다른 이론서들과 달리 ‘팩트’에 충실하며 독자의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저널리스트답게 저자는 사료 탐색과 현장 취재를 통해 선한 인간 본성에 접근한다.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전기충격 실험’과 같은 연구는 사악한 인간의 모습을 증명한 대표적인 연구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저자는 실험 참여자들의 증언과 연구 기록을 통해 인위적 실험조작을 밝혀낸다. 또 ‘방관자 효과’의 근거로 쓰인 캐서린 제노비스의 살인 사건을 탐구하며 38명의 방관자는 사실상 없다는 사실도 제시한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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