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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백신 못 맞나" 가족 1년째 못 본 요양원 노인 눈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요양병원에서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요양병원에서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먼저 맞았어야죠. 가족을 못 만난 지 1년이 넘었는데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요.”

26일 전국적으로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이날 일부 요양시설 관계자 사이에선 불만이 새어 나왔다. 정부가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를 요양병원, 요양원 내 만 65세 미만 입소자·입원자·종사자로 좁히면서다. 자연히 65세가 넘은 입원환자는 제외됐다.

강순영 인천 하나요양원 대표는 “요양시설에는 주로 65세가 넘은 만성질환 어르신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런 사정에 접종 대상자가 몇 명 없다”며 “어르신들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잘 모른다. (당국의 면회금지 조처 등을 설명해도) 가족들이 본인을 버린 줄로만 알고 슬퍼하며 지낸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나이 제한으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줘도 이해를 잘 못 한다. 오히려 ‘왜 나는 못 맞냐’고 되묻는다”며 “1년 동안 (면회금지 등) 안타까운 상황이 많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요양시설 내 65세 이상 고령자도) 접종을 시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 각 요양병원·요양원 내 백신 접종에서 제외된 고령층 입소자들의 불만, 안타까움이 상당하다고 한다. 강 대표는 “어차피 종사자들이 먼저 맞아도 어르신들이 다 맞을 때까지는 면회가 금지되지 않나. 같이 맞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보건소에서 요양시설 입소자가 접종을 하고 있다. 부산의 우선 접종 대상자는 요양병원 187곳과 요양시설 102곳의 만 65세 미만인 입소자?종사자 총 2만4940명이며, 이 중 접종에 동의한 인원은 93.8%(2만3406명)이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보건소에서 요양시설 입소자가 접종을 하고 있다. 부산의 우선 접종 대상자는 요양병원 187곳과 요양시설 102곳의 만 65세 미만인 입소자?종사자 총 2만4940명이며, 이 중 접종에 동의한 인원은 93.8%(2만3406명)이다. 뉴시스

인천 하나요양원은 다음 달 24~25일에서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진다. 강 대표는 “백신 접종을 앞두고 일전에 입소자와 보호자 24명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2명은 머뭇거리더라. 마지막에서야 ‘맞아도 된다’고 했다”며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족을 만나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65세 미만으로 방침이 바뀌면서 많이들 낙담했다.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말에야 요양병원 등에서 생활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37만 명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방역 당국이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미루면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요양병원·요양원 노인들이 4월까지 접종을 기다려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계획을 바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65세 이상 고령층에 화이자를 먼저 접종하는 것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접종 시점은 3월 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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