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266명 접종 전날밤까지…접종 계획도 못세운 질병청

중앙일보

입력 2021.02.26 17:14

업데이트 2021.02.26 17:35

문재인 대통령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참관을 위해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해 백신 접종을 받는 김윤태 푸르메 넥슨어린이 재활병원 의사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참관을 위해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해 백신 접종을 받는 김윤태 푸르메 넥슨어린이 재활병원 의사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언제부터 시작해서, 매일 어느 지역·시설·연령·직종의 몇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떤 백신을 접종할 계획입니까?”(지난 22일 조명희 의원실)
“요청하신 자료는 현재 취합 중으로 이후 정리하여 제출하겠습니다.”(지난 25일 오후 9시 질병관리청)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6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담당 기관인 질병관리청은 접종 시작 12시간 전까지도 구체적 접종 계획을 집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은 지난 22일 질병관리청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세부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 질병관리청은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답변하지 못했다. 접종 시작 전날 밤인 지난 25일 오후 9시에 제출한 문건에는 “현재 취합 중”이란 답변만 있었다.

자료를 받은 의원실 관계자는 곧바로 질병관리청 담당자에게 전화로 “어느 지역, 어느 시설이, 어떤 기준으로 백신 접종 대상으로 선정됐느냐”고 다시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담당자는 “행정안전부가 보건소를 통해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게 의원실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은 대신 의원실에 지난 23일 기준으로 작성한 전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만 65세 미만 접종 예정자 숫자만 전달했다고 한다. 예방접종이 필요한 시설과 인원에 대해서만 파악을 한 셈이다.

그런데 질병관리청은 앞서 지난 25일 오전 “전국 213개 요양시설에서 5266명 입소자‧종사자를 대상으로 첫날 접종을 시행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시설 숫자뿐 아니라 대상자 숫자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보도자료에는 구체적 숫자를 명시해 놓고 왜 의원실의 상세 자료 요구에는 ‘취합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느냐”는 게 조명희 의원 측 지적이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질병청 측은 ‘행안부를 통해 확인해야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그럼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대체 5266명이란 숫자는 어디서 나왔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졸속 행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내 백신 접종이 너무 늦어졌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빠르게 접종 대상을 선정하다보니 구체적인 대상자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중앙일보가 “213개 시설, 5266명은 어떤 근거로 산정된 숫자냐. 성별‧연령대 등 리스트와 기준을 알 수 있느냐”고 묻자 질병청 관계자는 “집계가 그렇게 됐으나 그건 정확히 모르겠다.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조명희 의원은 “5266명이라고 발표를 해놓고 접종 직전까지 어떤 기준과 근거로 정했는지 증명할 자료도, 접종 대상자 명단도 마무리되지 않은 건 심각한 문제”라며 “질병관리청이 대상도 모르고 접종을 시작했다가 혹여 사고라도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25일 질병관리청이 백신 접종 대상자 리스트에 대해 ″취합 중″이라고 답변했다. 26일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이 시작됐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 제공

25일 질병관리청이 백신 접종 대상자 리스트에 대해 ″취합 중″이라고 답변했다. 26일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이 시작됐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 제공

26일 야권에선 “확실한 백신 접종 일정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로 아프가니스탄, 세네갈보다 (접종 시작이) 늦었다”며 “우물쭈물 하다가 백신 확보를 놓쳐서 이제 와서 겨우 접종을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해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은 올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고 장밋빛 환상을 키우지만 그런 호언장담이야말로 (면역 형성의)가장 큰 걸림돌”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지금 국민의 백신 불안의 근본적 원인은 정보 비대칭과 불확실성”이라며 “어떤 백신이 얼마나 정확히 확보돼 있으며, 구체적인 접종 시기가 언젠지 정부는 확실히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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