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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아이 싣고 수레 밀며…北 빠져나온 러 외교관 가족[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나선 국경 부근에서 철길을 따라 걷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3등 서기관과 그 일행들. [러시아 외무부]

북한 나선 국경 부근에서 철길을 따라 걷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3등 서기관과 그 일행들. [러시아 외무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년째 봉쇄된 북한 국경에 25일 진풍경이 연출됐다. 평양 주재 러시아 외교관 일행이 철길을 따라 수레를 밀면서 국경을 빠져나오는 모습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2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 대사관 직원과 가족 등 8명이 두만강 철교를 건너 국경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는 짐이 가득한 수레를 미는 어른들과 수레에 설치된 의자에 앉은 아이 셋의 모습이 보인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평양 주재 대사관 소속 3등 서기관 블라디슬라프 소로킨 가족과 대사관 직원 일행이다. 일행 중에는 세 살배기 아이도 포함됐다.

러시아 외무부는 "1년 넘게 북한 국경이 봉쇄되면서 여객 운송이 중단됐다"며 "(이 때문에) 대사관 직원들은 길고 힘든 귀국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기차로 32시간, 버스로 2시간을 이동해 함경북도 나선시의 국경에 도착한 이들은 1km가량 철길을 따라 수레를 밀며 두만강 국경을 건넜다.

북한 나선 국경 부근에서 철길을 따라 걷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3등 서기관과 그 일행들. [러시아 외무부]

북한 나선 국경 부근에서 철길을 따라 걷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3등 서기관과 그 일행들. [러시아 외무부]

이들은 아이들을 태우고 짐을 싣기 위해 레일 바이크 형태의 수레도 미리 제작했다. 오직 '인력'으로 움직이는 형태인데, 일행 가운데 유일한 남성인 소로킨이 주로 수레를 끌었다고 한다.

긴 여행 끝에 철교를 건너 러시아 연해주 국경 하산역에 가까워졌을 때 이들은 손은 흔들며 기쁨을 표시했다. 여기서부터 블라디보스토크 공항까지는 마중 나온 지역 외무부 직원이 버스로 실어다 줬다.

두만강 철교를 건넌 러시아 외교관 일행이 손을 흔들며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러시아외무부]

두만강 철교를 건넌 러시아 외교관 일행이 손을 흔들며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러시아외무부]

북한은 지난해 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국경을 폐쇄한 뒤 열차 운행 등을 완전히 중단했다.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러시아 대사관 일행은 올해 들어 북한을 떠난 최초의 외국인들"이라며 "북한 내부에서는 2022년까지 국경 통제가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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