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자 0명' 시마네현은 왜 '성화봉송 거부' 카드를 꺼냈나

중앙일보

입력 2021.02.26 15:39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올림픽 성화봉송 취소'를 요구한 일본 시마네현 지사가 집권 자민당의 뭇매를 맞고 있다.

자민당 의원 "지사가 정할 일 아니다" 일침
시마네현 지사 "올림픽 해야하지만 주민 불안"
관광객 감소 타격...지원 요청에도 무시 당해

26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마루야마 데쓰야(丸山達也) 시마네현 지사는 25일 도쿄로 상경해 자민당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전 총무회장을 면담했다. 다케시타 의원은 자민당 내 다케시타파의 수장으로 시마네현 출신 7선 국회의원이다.

이 자리에서 다케시타 의원은 “(성화봉송을) 할 지 말 지는 지사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마루야마 지사를 꾸짖었다. 그는 “코로나 대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성화 봉송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도 했다.

마루야마 타쓰야 시마네현 지사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TV아사히 캡쳐]

마루야마 타쓰야 시마네현 지사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TV아사히 캡쳐]

이 자리에서 마루야마 지사는 “나도 올림픽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 주민들의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부의 이번 코로나 대책은 적확했다”면서 “면담에서 성화봉송 취소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일견 ‘성화봉송 취소 검토’ 카드를 접은 것처럼 보이지만, 마루야마 지사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시마네현의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도쿄올림픽에 따른 리스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시마네현은 일본 47개 광역지자체(도도부현) 가운데서도 코로나19 청정 지역으로 꼽힌다. 24일 현재 시마네현의 누적 감염자수는 284명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지역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올림픽 성화 봉송을 거부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지난해 3월 20일 도쿄올림픽 성화가 20일 일본에 도착했다. 성화는 다음달 25일 후쿠시마현을 출발해 일본 전역을 순회한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3월 20일 도쿄올림픽 성화가 20일 일본에 도착했다. 성화는 다음달 25일 후쿠시마현을 출발해 일본 전역을 순회한다. [EPA=연합뉴스]

시마네현은 지난해 말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제3파가 확산되자 중앙정부와 도쿄도에 코로나대책이 부족하다고 수 차례 항의를 했으나 사실상 무시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적지만 관광객 감소, 영업시간 단축 등으로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건 마찬가지.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시마네현의 중심도시인 마쓰에시 번화가(200㎡)에선 상점 100여곳이 문을 닫은 상태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긴급사태가 선언된 지역 위주로 이뤄지면서 시마네현에는 지원금이 오지 않았다. 재원이 부족한 시마네현은 자체적으로 주민들을 지원할 방법도 없었다.

결국 ‘성화봉송 취소 검토’ 발언은 중앙정부의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했던 일종의 퍼포먼스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마루야마 지사는 이날 도쿄에서 후생노동성, 경제재생 부장관 등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책을 강화해달라는 요청서를 전달했다.

지난 17일 성화봉송 취소 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마루야마 지사는 “내 자신의 역부족도 있고, 성과가 안 나온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도쿄 도지사와 나는 힘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가 주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며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후쿠시마현 J빌리지에서 도쿄올림픽 성화를 한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해 4월 후쿠시마현 J빌리지에서 도쿄올림픽 성화를 한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시마네현의 한 의원도 아사히 신문에 “지금이 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인가”라고 반문하며 “올림픽 개최를 위한 조건이 갖춰졌다고 할 수 없다. 산간지역의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화 봉송은 광역지자체와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다. 시마네현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한 시점은 3월 중순이다. 성화 봉송 행렬은 다음달 25일 후쿠시마현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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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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