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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롤모델은 빌 게이츠"…기부금으로 바로 사회문제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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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5일 열린 사내 간담회에서 직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5일 열린 사내 간담회에서 직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사람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 힘들 때마다 내 고민을 들어주는 ‘마음의 주치의’가 늘 해주는 말이다. 조직도 불완전한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불완전하다고 생각한다.”

[네이버·카카오 창업자 사내 간담회] 카카오

재산 절반 이상 기부를 선언한 김범수(55)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불완전한 사회에 대한 책임’을 화두로 던졌다. 25일 오후 카카오 직원들과 가진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에서다. 그는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이유는 부조리와 불평등 같은 불완전함이 있지만, 이를 바꿀 희망이 있는 제도라서”라며 “불완전함을 해소할 책임이 (사람과 조직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완전한 조직의 만남 속에서 소통하며 조금 더 나은 문화·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오늘 이 자리가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온라인 간담회엔 약 56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범수 롤모델은 빌 게이츠

김 의장은 지난 8일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해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 의장의 지분 평가액은 현재 10조원 이상, 기부 규모는 5조원이 넘는다. 이날 김 의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기부) 롤모델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빌 게이츠가 만든 재단을 보면서 기업이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며 “미국의 IT 기업인들 사이에는 기부서약이 퍼져 있는데 우리나라도 거기까지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할 거냐는 질문에 그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디지털 교육 격차로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 인공지능(AI) 인재에 관심이 있다”며 "AI 캠퍼스 만드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거 같다”며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가는 것만큼, 스타트업에 가는 이들도 (많이) 나오는 구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 방식은 ‘프로젝트’ 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우선순위를 짜고 전략을 만들기보단, 바로 '이거 해보시죠, 그냥 해보시죠' 하는 식으로 자유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재밌다”며 “기부금을 묵혀두지 않고, 필요한 곳에 바로 써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는 "사내문화 경고등" 지적

카카오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카카오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날 김 의장의 화두 ‘불완전’은 재산 기부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었다. 최근 카카오 인사평가를 둘러싼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대해 김 의장은 “사내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또 “카카오 내에선 절대 누군가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며 “그런 리더나 동료가 있다면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우리는 완벽히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실수했을 때 어떻게 사과하느냐에서 회사의 문화가 드러난다”며 “주변을 잘 살피고 다독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보상과 관련해선 “경쟁사보다 적다면 빨리 개선을 해야 할 것인데, 장기적 변화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년새 직원수 두배 늘어난 카카오

카카오 직원 수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카카오 직원 수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업계 안팎에선 창업자인 김 의장의 이날 간담회는 카카오의 급격한 위상 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2010년 카카오톡을 출시한 스타트업 카카오는 이제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에 속할 만큼 몸집이 커졌다. 5159명(2016년 말 기준)이던 직원 수(계열사 포함)는 지난해 말 1만 644명으로 늘었다. 시가총액도 5년 전 5조 2064억원에서 현재는 42조 9605억원(25일 종가 기준)으로 수직 상승했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를 의미하던 ‘카카오스러움’이 퇴색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김 의장이 이날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 한 직원은 “조직 구조가 복잡해지고 여러 조직에서 온 사람들이 섞여 일하다 보니 초창기보단 자유로운 분위기는 덜하다”며 “사내에서 해결할 문제를 외부에 호소하는 상황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직원이 늘면서 할 말은 하는 분위기로 기업문화가 바뀌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 당 가액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는 4월 15일 상장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 당 주가를 낮춰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투자할 수 있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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