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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쌰으쌰 위로금' 6일뒤엔 '부산행'…선거개입 논란 부른 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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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 부전역, 가덕도 신공항 부지, 부산신항을 잇는 대대적 ‘부산 방문’ 일정을 진행했다.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41일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이뤄진 이례적 대형 일정이었다.

이날 행사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라는 이름으로 준비됐다.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또 정부의 ‘곳간’을 관리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부의 재정과 사업을 책임지는 장관들까지 모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지난해 2월 부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 참석 이후 1년만이다. 당시도 4월 총선을 두달 앞둔 시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날 행사는 광역 교통망 확충과 공항 건설, 유통 개선 등 지역 경제와 직결되는 일정으로 짜여졌다. 특히 가덕도 공항은 부산시장 선거 민심을 좌우할 초대형 이슈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15년간 지체되어 온 동남권 신공항 사업부터 시작하겠다”며 “묵은 숙원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단지 이날 뿐만 아니라 최근들어 ‘선거용’으로 의심될만한 발언과 공개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는 “국민위로 지원금, 국민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온 국민이 으쌰으쌰 힘을 내자는 차원”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소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역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행사에 참석해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으로부터 ‘동남권 광역교통망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생활공동체 조성 방안과 ‘동남권 광역특별연합’이라는 행정공동체 구성 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역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행사에 참석해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으로부터 ‘동남권 광역교통망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생활공동체 조성 방안과 ‘동남권 광역특별연합’이라는 행정공동체 구성 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규모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5차 지원금 지급 계획을 깜짝 발표한 것이다. 그날 간담회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3월 편성 목표”라는 시간표도 확정됐다. 문 대통령은 3일 뒤인 22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는 “최대한 폭넓고 두텁게 지원되도록 하겠다”며 “3월 중에는 집행이 시작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3월 ‘편성’에서 ‘지급’으로 일정을 더 당기라는 지시였다.

지난 18일 최소잔여형 백신주사기 생산업체를 방문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주사기를 개발한 풍림파마텍을 방문해 “진단키트에 이어 K-방역의 우수성을 또 한번 보여주게 되었다”며 “12만7000개의 주사기를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에서 일반 주사기와 최소잔여형 주사기를 비교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에서 일반 주사기와 최소잔여형 주사기를 비교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방문이 이뤄진 바로 다음날인 19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백신 주사기의 미국 FDA 승인 때문에 서울시장 출마 발표가 늦어졌다”며 주사기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풍림파마텍 조미희 부사장과 만난 사진도 공개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달 19일 해당 주사기를 직접 들고 브리핑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0일 장관직을 사퇴했다.

특히 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현장 방문 이후 “일본에 주사기를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할지 살짝 고민된다”는 말도 했다. 이를 놓고 서울대 커뮤니티에는 “다 된 주사기에 숟가락 얹기”, “아무 권한도 없는 사람이 그런 것을 고민하느냐”는 비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15일 권칠승 중기벤처부 장관을 임명하면서는 “지금처럼 중기벤처부의 위상이 강력하게 부각된 적이 없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가운데 중기벤처부가 어려움을 대변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잘해왔다”고 말했다. 전임자인 박 전 장관을 공개적으로 칭찬한 말로 해석됐다.

박영선 예비후보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던 1월 1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2020년도 중소기업 수출 동향 및 특징' 브리핑을 하며 코로나19 백신 주사기를 공개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해당 브리핑 다음날 장관직을 사퇴했다. 연합뉴스

박영선 예비후보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던 1월 1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2020년도 중소기업 수출 동향 및 특징' 브리핑을 하며 코로나19 백신 주사기를 공개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해당 브리핑 다음날 장관직을 사퇴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별도로 여권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을 연일 핵심 이슈로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지냈고 현재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선두인 박형준 예비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한편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선거를 앞둔 문 대통령의 이날 부산 방문이 '선거 개입' 논란으로 확대되자 "부산 방문은 보궐선거와 무관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통행보의 일환으로 오래전 결정된 행사다. 신년사에서도 초광역 지역균형 뉴딜을 강조한 바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기자단에 보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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