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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 둘러본 文…정작 민심은 "찬성도 반대도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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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백신 수송 트럭 옵니꺼?”

文 대통령, 부산 동남권 메가시티 보고 참석 #어업지도선 타고 가덕신공항 부지 등 둘러봐 #

25일 오후 1시 부산 부전역을 지나던 한 시민이 도로에 세워진 수십 대의 경찰차와 싸이카(경찰 모터사이클)에 놀라 경찰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는 경찰이 “중요한 사람이 온다”라고 답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후 1시 20분 부산에 도착했다. 부전역과 가덕도 일대에서 진행된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평소 한적했던 부전역 1, 2번 출구 주위에는 이날 오전부터 수백 명의 경호 인력이 배치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전역 플랫폼에서 10분가량 ‘동남권 메가시티 생활공동체 조성방안’을 보고받은 후 차량을 타고 가덕도로 향했다.

이날 정오부터 부전역 앞에 있었다는 김정태(72)씨는“매일 출근 도장 찍듯이 부전역에 나와 바둑을 두고 차도 마신다”며 “오늘따라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서 궁금했는데 대통령이 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역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행사에 참석해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으로부터 동남권 광역교통망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생활공동체 조성 방안과 ‘동남권 광역특별연합’이라는 행정공동체 구성 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역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행사에 참석해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으로부터 동남권 광역교통망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생활공동체 조성 방안과 ‘동남권 광역특별연합’이라는 행정공동체 구성 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야당 “명백한 부산시장 선거지원”

이날 오후 2시 10분부터 70분간 진행된 ‘동남권 메가시티 문화공동체 조성방안’ 브리핑은 당초 가덕도 내 ‘대항전망대’에서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경호와 안전상의 문제로 어업지도선에 탑승해 선상 브리핑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의 부산행을 두고 청와대는 “동남권 메가시티 실현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라는 입장이다. 이날 행사에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K-뉴딜 위원장이 참석한 이유다. 부·울·경 800만의 생활권과 경제권을 묶어 초광역 도시로 만들겠다는 동남권 메가시티는 정부의 지역균형 뉴딜 사업의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에 부산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여당 측 부산시장 후보 모두 참석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선거 운동’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행사에 참석하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야당의 공세로 행사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며 “부산시장 후보자가 참석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날 이낙연 더민주 대표가 동행한 것을 놓고 “선거용 방문”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산 국회의원 합동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부산시민을 우롱하는 선거 운동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며 “부산 시민이 원하는 합당하고 확실한 가덕도신공항 건설 계획을 밝혀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부총리 등 인사들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부총리 등 인사들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표와 김태년 더민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부산을 찾은 것은 올해 들어 네 번째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측에선 “부산시장 선거에서 수세에 몰린 여당이 당·정·청의 총공세로 판세 뒤집기에 나섰다”고 했다. 25일까지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기관의 부산시장 예비후보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양자 대결을 할 경우 박형준 후보가 2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민주 내부에서는 이번 대통령 부산 방문과 가덕도신공항 카드로 민심 기류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부산 지역 더민주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카드에 박형준 후보에 대한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공세가 더해지면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문제를 바라보는 부산시민들은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날 부전역 앞에서 만난 정동범(65)씨는 “가덕도신공항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라며 “경기가 안 좋은데 수십조씩 들여 신공항을 짓다가 되레 지역 경제가 망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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