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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담당 부처도 반대한 가덕도 신공항법, 대통령이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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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이헌승 소위원장과 위원들이 부산 가덕도신공항,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대구통합신공항,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안 등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이헌승 소위원장과 위원들이 부산 가덕도신공항,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대구통합신공항,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안 등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은 국회가 ‘매표(買票)’를 위해 어디까지 타락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가역적 국책사업으로 만들겠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의 기세에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25일 법제사법위, 26일 본회의 처리가 예고돼 있다.

여야, 4월 보선 앞두고 표 노린 법안 #28조원 사업을 절차 무시, 졸속 추진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뿌린 씨앗인 가덕도 신공항은 2011년과 2016년 두 번 백지화 이력에서 드러나듯 논란이 많은 사업이다. 그런데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들이 군불을 땠고,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자 국민의힘이 올라탔다. 그러더니 전무후무한 괴물 법안을 만들어냈다.

우선 당연히 밟아야 할 절차를 죄다 무시했다. “2030년 부산 월드 엑스포 전에 가덕도 신공항을 개항하겠다”며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의무 조항이 아닌 임의 조항화했다.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예타를 건너뛸수 있게 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네 차례 타당성조사(1969~90년)를 거쳐 1990년 6월 입지가 인천 영종도로 확정됐고, 개항은 그로부터 다시 11년 후인 2001년에 됐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온갖 특혜를 담았다. 법무부가 “적법 절차 및 평등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존재한다”, 기획재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입법 취지에 배치된다”고 반대할 정도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국무총리실·행정안전부·환경부·국방부·산림청도 자신들과 관련된 조항들에 우려를 피력했다.

국토교통부가 올 초 국토위원들에게 제출한 ‘국토부 가덕공항 보고’에 따르면 건설 소요 예산만 해도 부산시가 주장하는 7조5000억원이 아닌 28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대규모 산악 추가 절취 및 해양 매립에 따른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기존 김해 신공항 사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토부가 오죽하면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적었다.

더욱이 이번 특별법은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을 하면서 특정 입지를 법률로 제정한 최초의 사례다.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당장 대구·경북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충청의 ○○○, 호남의 ○○○ 등을 위한 특별법 요구가 뒤따를 게 뻔하다. 어떻게 감당할 텐가.

여야가 지금이라도 멈춰 다시 생각하길 바라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작다. 그렇다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할 때다. 관련 부처 대부분이 반대하거나 부정적이었던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특정 정파의 지도자가 아닌, 정부의 대표이자 국민의 지도자로서 말이다. “역대 가장 성과 낸 당·정·청”이라고 자랑해 온 만큼 의지가 있다면 여권을 설득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