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금리 상승 ‘기침’에 코스피 3000이 깨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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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2.45%(75.11포인트) 내린 2994.98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2.45%(75.11포인트) 내린 2994.98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코스피가 2% 넘게 급락하며 3000선이 무너졌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부추긴 데다 홍콩의 증권거래세 인상 움직임도 악재였다. 코스피가 3000선 아래로 밀린 건 지난달 29일(2976.21) 이후 약 4주 만이다. 코스닥 지수는 3% 넘게 하락하며 지수 900선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미 국채 ‘나비효과’ 금융시장 요동
경기부양책에 인플레 우려 겹쳐
글로벌 뭉칫돈, 증시서 이탈 조짐
아시아 증시 일제히 내리막
홍콩 증권거래세 인상도 악재

2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45%(75.11포인트) 내린 2994.98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4300억원가량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중국 상하이(-1.99%)와 일본 도쿄(-1.61%), 홍콩(-2.99%)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1.6원 내린(환율은 오른) 달러당 1112.2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3.23% 급락한 906.31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자금의 거대한 흐름이 변화하는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고비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형성됐던 ‘위험자산 선호’의 공감대가 약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에는 달러 약세, 신흥국 통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글로벌 큰손의 뭉칫돈이 각국 증시로 밀려들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달러 가치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소폭 강세를 보인다. 반대로 원화 가치는 지난달 4일(달러당 1082.1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달러당 1110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주식 같은 위험자산의 투자 비중을 축소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지난해 11월 연 0.7%대까지 내렸던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1.3%대로 올라왔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달러를 빌리려는 수요는 늘어났는데 달러를 빌려주려는 수요는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막대한 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예고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보급이 빨라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올해 전망치 상단(연 1.5%)에 육박한 만큼 국내 주식 시장에 단기적으로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 국채 나비효과

미 국채 나비효과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로 돈을 풀어 국채 금리의 상승을 억제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래야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펴기도 수월해진다. 하지만 Fed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Fed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추가로 돈을 풀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Fed로선 섣불리 돈을 더 풀었다가 물가 상승 압력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는 상황을 우려할 수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국채 금리가 들썩인다.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선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시장에서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국채 가격은 하락(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3일 연 1.020%를 기록했다. 24일에는 연 1.006%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8월 최저점(연 0.795%)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4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851%로 마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를 고려할 때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 상단을 연 2% 내외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4일에는 홍콩이 증권거래 인지세를 0.1%에서 0.13%로 인상할 것이란 소식이 나오면서 증시의 투자 심리가 더 악화했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부담에 홍콩 인지세 인상 등의 이슈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의영·김기환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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