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영화보다 파란만장한 우즈의 인생 드라마

중앙일보

입력 2021.02.25 00:03

업데이트 2021.02.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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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타이거 우즈

타이거 우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가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차를 몰고 가다 사고를 낸 뒤 수술을 받았다. 중앙분리대와 반대 차선을 넘어 나무를 들이받고 경사지에서 구른 차에 탔던 우즈가 목숨을 건진 건 행운이라고 현지 경찰이 말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우즈가 어릴 때부터 구경했으며 1992년 17세의 나이로 처음 참가한 PGA 투어 대회다. 가장 우승하고픈 대회였다. 우즈가 40대 중반 대회 호스트로 나서 사고를 당했으니 이런저런 이야깃거리가 많다. 지난해 인근 지역에서 헬기 추락으로 사망한 코비 브라이언트와의 인연도 회자된다.

교통 사고 세번, 수술 최소 10번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 쓴
현대의 셰익스피어
무거운 짐 덜고 일어나기를

과거 우즈와 비슷한 사고를 당했던 프로골퍼가 있다. 1949년 벤 호건은 대회 참가차 고속도로를 달리다 버스와 충돌했다. 조수석에 탄 부인을 보호하려다 더 크게 다쳤다. “다시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호건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이듬해 US오픈에서 우승하고, 4년 후인 1953년 3개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이에 대한 영화(Follow the Sun)가 나왔고 흥행에 성공했다. 엄청난 화제였다.

우즈에겐 교통사고가 처음은 아니다. 사고 현장에서 창문이 부서진 제네시스 GV80 SUV를 보니 12년 전인 2009년 사고가 연상됐다. 추수감사절 휴가 기간 우즈는 수면제에 취해 SUV를 몰고 나가다가 소화전과 나무를 들이받고 의식을 잃었다. 그의 부인이 9번 아이언으로 유리창을 깨고 우즈를 구했다. 사고는 그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는 도화선이었다.

뉴욕 포스트는 9·11테러 때 보다 우즈의 스캔들을 더 오래 다뤘다. 연일 그의 사고 소식이 1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우즈는 또 2017년에는 진통제와 수면제를 먹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눈이 풀린 우즈의 사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스포츠 스타로서 44세에 7번째 슈퍼볼 정상에 오른 NFL 스타 톰 브래디나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의 업적은 우즈 못지않다. 그러나 우즈처럼 많은 드라마를 만든 선수는 없다.

우즈는 12타 차 우승(1997 마스터스), 15타 차 우승(2000년 US오픈)을 이끈 스펙터클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십자인대가 없는 상태에서 절뚝거리며 연장까지 91홀을 돌아 우승(2008년 US오픈)한 인간 승리 드라마를 쓰기도 했다. 골프는 몸이 아니라 머릿속이 전쟁터가 되는 멘털 스포츠라서 더 많은 드라마가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스포츠 드라마만은 아니다. 복잡한 가족사를 이겨내고 성공한 휴먼 드라마이기도 하고, 인종 차별을 극복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철저하게 자신을 숨긴 슈퍼스타의 모습은 미스터리에 가까운데 섹스 스캔들은 에로틱 영화 같기도 하다. 이번 사고로 그의 수술 횟수는 최소 10회다. 메디컬 드라마 소재로도 부족함이 없다. 아버지 사망 후 군인이 되기 위해 몰래 특수훈련을 받는 그의 모습은 전쟁, 혹은 군인 영화의 모습이 있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현대사의 다양한 장면이 등장한다. 우즈의 인생 드라마는 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어떤 시나리오 작가도 우즈의 삶 같은 이야기를 쓰기는 어렵다. 만약 누군가 이런 시나리오를 썼다면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영화라고 욕을 먹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즈는 현대의 셰익스피어 같다. 이번 사고 현장에는 우즈의 짐이 아주 많았다. 그렇게 많은 돈을 벌면서 왜 우즈는 운전기사 없이 혼자 이동했을까. 왜 그 많은 짐을 혼자 지고 다녔을까. 그는 외롭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우즈가 측은하다. 우즈의 쾌유를 빈다.

성호준 골프 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바로잡습니다. 벤 호건은 교통사고시 트럭이 아니라 버스와 충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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