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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빅브러더 현실화? 안면인식 활용 감염로 파악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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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18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개발자 대회의 모습. 안면 인식 프로그램이 시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안면 인식 기술을 국가 안보 등에 활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2018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개발자 대회의 모습. 안면 인식 프로그램이 시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안면 인식 기술을 국가 안보 등에 활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인공지능(AI)과 안면 인식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활용해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접촉자를 파악하는 ‘지능형 역학시스템 구축’이 추진된다. 하지만 방역을 핑계로 정부가 국민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과기부 산하기관 사업 입찰 공고 #AI·CCTV 영상 시스템 통해 추적 #야당 “국민 감시 안돼”…중국도 논란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실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지난 17일 ‘인공지능과 CCTV 영상을 이용한 지능형 역학시스템 구축’ 사업의 입찰 공고를 냈다. 주관 기관은 경기도 부천시, 배정 예산은 21억7683만6360원이었다.

현재 질병관리청 등 방역 당국은 확진자의 진술을 토대로 이동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역학조사관의 피로도가 커지며,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거부감 등이 현재 역학조사의 한계라는 설명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안면 인식이 가능한 CCTV 영상을 활용하자는 게 이번 사업의 취지다. ▶확진자의 사진을 확보하고 ▶그 사진과 부가 정보를 기반으로 확진자의 기초 영상을 찾아낸 뒤 ▶CCTV 영상에서 AI 분석을 이용해 확진자 이동 경로를 탐색하고 ▶영상 속 밀접 접촉자를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식이다. 확진자와의 거리, 마스크 착용 여부 등으로 접촉자 신원도 신속히 알아낼 수 있다.

문제는 사생활 침해 논란이다. 부천시도 사업 제안요청서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우려했다. 확진자 동선 등 개인정보는 방역당국 및 역학조사관에게만 제공하고, 추적 대상자 정보를 익명·비식별화해 개인 추적이 불가한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부작용 방지책도 제안서에 포함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안면 인식 기술은 이미 공항에서 출입국관리 등에도 사용하고 있어 실제 도입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면 인식 기술 활용 등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면 인식 기술이 널리 쓰이고 있는 중국에서는 전체주의적 인권 침해 시비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코로나 집단 면역 형성을 정부는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능형 역학시스템의 실제 운영은 내년부터 시작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황성현 법무법인 EDM 대표변호사는 “CCTV 얼굴 인식을 통한 정보 수집은 현행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코로나를 핑계로 정부가 빅브러더가 되겠다는 것은 신(新)전체주의 발상”이라며 “국민 세금을 들여 만든 CCTV로 국민을 감시·통제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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