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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징크스?’…7년차에 전성기 맞은 걸그룹 ‘오마이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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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 [사진 WM엔터테인먼트]

오마이걸 [사진 WM엔터테인먼트]

7인조 걸그룹 오마이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다.
올해로 데뷔 7주년을 맞은 오마이걸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난달 9일 골든디스크어워즈 디지털음원 본상을 시작으로 서울가요대상 본상(1월 14일), 가온차트 뮤직어워드 올해의 가수상(디지털음원부문·1월 31일) 등을 연이어 수상했다. 이전의 수상 경력이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즈 본상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늦깎이 인기몰이를 시작하는 셈이다. 지난해 5월 낸 '살짝 설렜어'가 지상파 3사를 비롯한 각종 방송차트에서 8차례 1위에 오르는 등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이에 따라 인기도의 척도라 할 수 있는 광고도 지난해 7편을 찍어 데뷔 이래 가장 많았다.
이에 힘입어 최근 가온차트가 발표한 2020년 걸그룹 랭킹에서도 오마이걸은 블랙핑크, 트와이스, 아이즈원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가온차트가 발표한 2020년 걸그룹 랭킹 [자료 가온차트]

가온차트가 발표한 2020년 걸그룹 랭킹 [자료 가온차트]

이러한 오마이걸의 행보는 통상 '7주년 징크스'라 불리는 걸그룹의 시간표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대부분 아이돌은 연습생을 거쳐 데뷔조에 합류하거나 데뷔할 때 정식 계약을 맺는데, 계약 기간이 대부분 법정 최대 기간인 7년이다. 걸그룹은 7년 계약을 마치면 해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포미닛·씨스타·MissA 등 인기 걸그룹들이 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공중분해됐다.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이 '7주년 징크스'에 취약한 요인으로는 데뷔 초 콘셉트를 유지하기 어렵고, 보이그룹에 비해 팬덤이 약한 것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걸그룹 포미닛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걸그룹 포미닛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오마이걸의 역주행에 대해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지난해 '살짝 설렜어'나 '돌핀' 등 음원 성적이 워낙 좋았다. 음원 성적만 보면 블랙핑크 다음이 오마이걸"이라면서 "팬덤이 강력하지는 않지만, 팀의 비중이 특정인에게 쏠리지 않는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오마이걸은 대부분의 걸그룹이 청순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출발한 것과 달리 몽환적인 세계관을 들고나와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면서 "콘셉트가 바뀌지 않고 팀 컬러가 유지되다 보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오마이걸 외에도 7주년 징크스에 흔들리지 않는 걸그룹은 늘어나고 있다.
레드벨벳·러블리즈·마마무(2014년), 여자친구·트와이스(2015년) 등 2010년대 중반 데뷔한 걸그룹들 상당수가 여전히 순항 중이다. 레드벨벳이나 트와이스처럼 데뷔 초부터 큰 주목과 인기를 얻은 그룹도 있고 마마무나 여자친구, 오마이걸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진 그룹도 있다.
걸그룹 시대를 연 SES의 경우 1997년 데뷔해 2002년 해체했다. 활동 기간은 약 5년, 해체 당시 평균 연령은 21.6세였다. 핑클은 1998년 데뷔해 2005년 해체해 이보다는 길게 활동했지만, 이들 역시 2002년부터는 사실상 활동이 뜸했다. 공식 해체 당시 평균 나이는 25세였다.

.걸그룹 에이핑크 [중앙포토]

.걸그룹 에이핑크 [중앙포토]

SES와 에이핑크 비교

SES와 에이핑크 비교

반면 지난해 음반을 낸 에이핑크도 2011년 데뷔 후 11년째 활동 중인데 이들의 평균 나이는 27.3세다. 이에 따라 걸그룹 활동의 연령대 자체가 점점 연장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마이걸의 경우도 평균 연령은 24.8세인데, 이제 전성기에 들어선 참이다. 데뷔 8년차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30세지만 여전히 그룹의 '얼굴'로서 활동하고 있다. 여기엔 걸그룹이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추구하던 공식에서 점차 탈피하고 있다는 점이나 의학·미용의 발달로 외모나 체력 등이 뒷받침되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1세대 걸그룹 SES [중앙포토]

1세대 걸그룹 SES [중앙포토]

소위 '센터'로 불리는 특정 멤버에게 의존하던 구조도 팀원 전체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활동 기간이 늘어나는데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힌다. 소외당하는 멤버가 적어지면서 갈등 요소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오마이걸도 센터가 아닌 승희나 효정 등 멤버들이 오히려 방송 활동이 두드러진 편이다.

2000년대 초반 활동한 한 걸그룹 멤버는 "예전엔 20대 중반만 돼도 '걸그룹으로서는 한물간 것이 아니냐'는 노골적인 이야기를 자주 듣기도 했고, 정산도 투명하지 않아 계약 기간만 마치면 그룹 활동을 그만두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요즘엔 과거보다 수익 정산이 투명해진 편이고, 여성 그룹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해외 시장도 커져서 우리 때와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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