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펭수’는 남극에만 산다?적도에도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24 13:00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28)

두발로 뒤뚱거리면서도 점잖게 걷는다. 등의 깃털은 검은 듯 어두운색이고, 가슴과 배는 흰색으로 턱시도를 입은 것 같다. 펭귄의 이러한 모습은 ‘남극의 신사’라는 별칭을 얻었고 ‘뽀로로’와 ‘펭수’를 낳았다. 공중에서 날지 못하는 펭귄은 남극에만 사는 것이 아니고 종에 따라 남반구 곳곳의 바닷속을 날아다니고 있다.

펭귄은 분류학적으로 6속 17종이 존재한다. 남극지역에 서식하는 종은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 2종으로 남위 65~77도에 분포한다. ‘임금펭귄’, ‘젠투펭귄’, ‘턱끈펭귄’은 남위 45~55도 서식한다. ‘갈라파고스펭귄’은 적도에 인접한 갈라파고스제도 해안에 서식하며 때로는 적도에 인접한 북쪽에서도 발견된다. ‘훔볼트펭귄’을 비롯한 그 외의 종은 비교적 온화한 기후대의 남반구에서 생활한다.

펭귄의 크기 비교. [자료 코엑스 아쿠아리움]

펭귄의 크기 비교. [자료 코엑스 아쿠아리움]

펭귄은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 크기도 다양하다. 동종 또는 가까운 종 사이에는 추운 지방에 사는 동물일수록 체구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베르그만의 법칙’을 비교적 잘 보여준다. 가장 추운 지역에 사는 ‘황제펭귄’은 110~120cm의 길이에 체중은 22~45kg이다. 이는 지구 위의 조류 중 5번째의 몸무게가 된다. 적도에 서식하는 ‘갈라파고스펭귄’은 45~50cm의 길이에 몸무게는 2.5~4.5kg으로 체구가 두 번째로 작다. 가장 작은 종은 30~33cm의 길이에 1kg 정도인 ‘꼬마펭귄’으로 호주 남부와 뉴질랜드 남부 해안에 서식한다. 암수의 외모는 비슷하나 수컷이 암컷보다 조금 큰 편이다.

펭귄은 신체구조가 수중생활에 적합하도록 특화되어 있다. 몸체는 유선형으로 수중에서 이동이 용이하도록 한다. 육상에서와같이 물속에서도 정상 시력을 가져 먹이 탐색과 포식자를 알아내는데 부족함이 없이 적응한다. 깃털의 색은 위장방법의 하나인 등의 색이 어둡고 가슴과 배의 색이 밝은 카운터셰이딩의 전형이다.

짧은 다리와 물갈퀴가 있는 발은 수중에서 방향타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조류와 달리 단단한 골격구조를 가져 수중에서 자연적인 부력을 완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날개의 뼈는 짧고 견고하며 납작한 지느러미 형태로 변형되어 매우 강한 추진력을 발휘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펭귄은 평균시속 10km 내외로 수영을 하지만 먹이를 쫓거나 포식자를 피할 때는 속도가 50% 정도 빨라진다. 젠투펭귄은 수영 실력이 가장 뛰어나 최고시속이 36km에 이른다. 수중에서 날갯짓은 공중을 나는 새의 날갯짓과 유사하다.

펭귄은 부리, 다리 외에는 몸 전체에 깃털이 있다. 깃털은 짧으나 두터우며 1cm²당 15개 정도로 조밀하고 사이에 솜 깃털이 빽빽하게 차 있어 방수와 함께 보온의 역할을 한다. [사진 pixabay]

펭귄은 부리, 다리 외에는 몸 전체에 깃털이 있다. 깃털은 짧으나 두터우며 1cm²당 15개 정도로 조밀하고 사이에 솜 깃털이 빽빽하게 차 있어 방수와 함께 보온의 역할을 한다. [사진 pixabay]

먹이는 서식지에 따라 다르나 대부분 크릴새우, 물고기, 오징어 등이 주식이며 먹이활동에는 어느 정도의 잠수가 수반된다. 펭귄의 잠수능력이 뛰어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혈액과 근조직은 오랜 잠수 중에 나타나는 pH의 변화를 완충토록 적응돼 있다. 높은 헤모글로빈과 마이오글로빈(myoglobin) 농도는 잠수 중에 필요한 산소의 저장을 돕는다. 빈번한 잠수에서 생기는 젖산에 대한 저항력도 매우 높다. 잠수하는 깊이와 시간은 종과 먹이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작은 종은 보통 20~150m 깊이에 2분 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형 종인 임금 펭귄은 300m 깊이에 10분, 황제펭귄은 잠수능력이 가장 뛰어나 550m 깊이에 20분까지 수중활동을 할 수 있다.

역류열교환. [자료 한호재(2021) 수의생리학 제6판, (주)라이프사이언스]

역류열교환. [자료 한호재(2021) 수의생리학 제6판, (주)라이프사이언스]

펭귄은 부리, 다리 외에는 몸 전체에 깃털이 있다. 깃털은 짧으나 두터우며 1cm²당 15개 정도로 조밀하고 사이에 솜 깃털이 빽빽하게 차 있어 방수와 함께 보온의 역할을 한다. 날개와 다리 비강에는 역류에 의해 열을 교환하는 혈관시스템(역류열교환계, countercurrent blood system)이 발달하여 체열 손실을 막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깃털과 혈관구조는 대기 온도 영하 40도, 시속 140km의 강풍, 해수 온도 영하 1.8도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견디게 한다. 털갈이는 1년에 한 번 하는데 갈라파고스펭귄은 1년에 2회다. 털갈이 소요기간은 종에 따라 다양해 갈라파고스펭귄이 평균 13일로 가장 짧고 황제펭귄이 34일로 가장 길다. 털갈이 기간에는 방수와 보온이 안 돼 물속에 들어갈 수 없어 굶어야 한다.

펭귄은 군락을 이루어 집단생활을 하는데 한 군락은 수백에서 수만 마리에 이른다. 개체 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기후변화, 환경파괴, 포획, 포식자 유입, 해안오염 등이다. [사진 pxhere]

펭귄은 군락을 이루어 집단생활을 하는데 한 군락은 수백에서 수만 마리에 이른다. 개체 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기후변화, 환경파괴, 포획, 포식자 유입, 해안오염 등이다. [사진 pxhere]

번식적령에 도달하는 기간은 작은 종은 2~3년, 큰 종은 5~7년이 걸린다. 대부분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나 끝까지 지속하는 경우는 드물다. 황제펭귄은 1개의 알을 낳고 나머지 종은 2개를 낳는다. 대부분 암수가 교대로 포란하나 황제펭귄은 암컷이 알을 낳은 후 먹이활동을 하러 떠나기 때문에 수컷이 포란한다. 부화 기간은 32~67일이며 황제펭귄이 가장 길다. 황제펭귄의 수컷은 바다에서 먹이를 섭취한 후 번식장소까지 100~150km를 이동하고 두 달 넘게 알을 품기 때문에 120일 정도를 굶고 지내야 한다. 38kg인 수컷의 체중은 그간 15kg이 빠져 23kg이 된다. 부화 후의 새끼는 모든 종에서 암수 교대로 돌본다.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시기는 작은 종은 부화 후 10주부터, 황제펭귄은 22주가 된다. 수명은 보통 15~25년이나 꼬마 펭귄은 7년, 황제펭귄은 50년의 기록이 있다.

펭귄은 군락을 이루어 집단생활을 하는데, 한 군락은 수백에서 수만 마리에 이른다. 개체 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기후변화, 환경파괴, 포획, 포식자 유입, 해안오염 등이다. 얼음을 발판으로 삼는 남극지역에 서식하는 종은 앞으로 기후변화가 가장 큰 위협요소가 된다. 남극의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얼음의 두께가 얇아지고 일찍 녹기 시작한다. 새끼가 성체의 털로 바뀌기 전에 얼음판이 녹으면서 물에 빠지면 방수와 보온이 안 돼 헤어나지 못한다.

남아공과 나미비아 해안에 분포하는 ‘아프리카펭귄’은 10여 차례의 유조선 기름유출사고로 큰 피해를 보았다. 1948년의 사고에서 수천 마리, 1975년의 사고에서 수만 마리가 죽었고, 1994년 유조선 침몰에는 1만여 마리가 기름에 오염돼 절반 이상이 죽었다. 2000년에는 400~1000t의 기름이 유출돼 2만 마리를 내륙으로 이동하는 사건이 있었다. 격리 보호 중 내륙에서 유행하는 조류 말라리아에 걸려 27%가 죽음을 맞았다.

17종의 펭귄 중 황제펭귄을 비롯한 13종이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국내는 한화아쿠아플라넷과 코엑스아쿠아리움에서 아프리카펭귄, 훔볼트펭귄 등을 관찰할 수 있으며 에버랜드동물원에서는 60여 마리의 아프리카펭귄이 생활하는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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